여야 대선후보가 벌써부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군불을 지피면서 올해에도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고자 정부가 도입·추진한 기준을 시행 전부터 어겨 재정준칙 도입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신년 추경안에 따라 국가채무는 50.1%, 국내총생산(GDP)에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까지 확대된다. 이를 재정준칙 산식에 대입해 나온 값은 0.89로, 기준선(1)을 넘지 않는다. 14조 원의 추경을 해도 ‘일단은’ 재정준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2020년 12월 정부는 2025년 도입을 목표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수치를 곱한 값이 1을 넘지 않으면 재정준칙을 지켰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올해도 재정준칙 준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여야 대선후보들의 요구대로 이번 신년 추경 규모를 기존 14조 원에서 35조 원 안팎까지 확대할 경우 올해 본예산 기준 54조1,000억 원 적자였던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은 대략 89조1,000억 원까지 치솟는다. 이를 대입할 경우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4.2%)이 확대되면서 재정준칙 산식값은 1을 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안보다 추경 규모가 2, 3배 늘면 올해도 재정준칙을 지키는 게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국회에서 이번 추경 규모를 늘리지 못할 경우, 여야 모두 대선 후 2차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라 나랏빚 증가는 불가피하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추경 때마다 이를 위반한 정부의 자가당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20년 4차 추경(1.07)을 시작으로 지난해 1차 추경(1.2)은 물론, 2차(1.16) 때도 정부는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했다. 추경을 할 때마다 나라살림 적자가 커지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확대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재정당국의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나랏빚이 단기간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이를 멈출 브레이크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장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하반기부턴 정상화 단계로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지금과 같은 재정 적자를 계속 이어갈 수 없는 만큼 국회는 방치된 재정 준칙 입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