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이재명... 오전엔 큰절, 오후엔 눈물로 간청했다

입력
2022.01.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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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정체에 3개월 만 국민 앞 큰절
"책임져달라, 도와달라" 호소 전략 
'형수 욕설'에도 "잘못했다" 눈물 흘려

"부족함에 대해 사과, 아니 사죄를 드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국민 앞에 낮게 엎드렸다. 오전엔 "우리가 잘못한 게 많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많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정을 사과하며 큰절을 했다. 오후엔 '형수 욕설' 등 가족과의 불화에 대해 "제가 잘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조준한 무속 공격과 각종 공약 물량 공세에도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있다. 뭘 해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절박한 호소'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대 못 미쳤다" 사과·사죄 6번 언급

이 후보는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지역 공약 발표를 하기 전에 예정에 없던 큰절을 했다. 이 후보가 큰절 사죄를 한 건 윤 후보에게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밀리던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 후보는 '사과'와 '사죄'를 여섯 차례 말하며 반성문을 썼다. "국민은 민주당을 믿고 대통령직을 맡겨주셨다. 지난 총선에선 압도적 다수의 국회 의석을 주셔서 입법권도 맡겨주셨다. 지방자치 권력의 대부분도 맡겨주셨다. 그러나 민주당의 노력이 국민의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후보의 반성은 구체적이었다. △'공정'의 측면에서 특히 많이 부족했고 △인재 채용의 폭도 넓지 못했으며 △'다른 당(국민의힘)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냐'는 식으로 생각한 것 등을 잘못이라 일일이 고백했다.

오후엔 '형수 욕설' 녹취 파일 공개로 도덕성이 다시 의심받고 있는 데 대해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홈그라운드'인 경기 성남에서 유권자들과 만나 울먹이며 읍소했다. "제가 욕한 것은 잘못했다. 공직자로서 욕하지 말고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 제가 잘못했으니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는 그만 좀 헤집어달라."

"질 가능성 스스로 인정한 셈" 역효과 우려도

이 후보는 최근 위기 의식을 애써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유권자들 앞에 "제가 대선에서 지면, (윤석열 후보가) 없는 죄를 만들어 제가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3, 24일 경기 지역을 다니면서도 "이재명을 끝까지 책임져 달라" "여러분이 도와달라" "경기도민들이 조금만 더 애써달라"고 간청했다.

이 후보의 애원 전략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여전히 방황하는 중도·무당층의 마음을 사려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그러나 읍소는 지고 있는 쪽이 쓰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되레 이 후보가 밀리고 있다는 점을 여론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