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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드라마 '태종 이방원' 속 낙마 장면에 동원된 말이 퇴역 경주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단체들은 은퇴 후 나 몰라라 관리되는 퇴역 경주마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보기: 죽어라 달렸어도 다치면 도축… 경주마는 살고 싶었다)
24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확인 결과 방송에 쓰인 말은 '까미'라는 이름으로 퇴역한 경주마였다"며 "까미는 평생을 인간의 오락을 위해 살아야 했고, 결국 고꾸라지며 쓰러져야 했다"고 밝혔다.
어떤 과정을 거쳐 퇴역 경주마가 촬영장에 동원됐을까. 한국마사회 측은 동물대여업체가 마주나 개인사업자를 낸 조교사 또는 중간 거래업자를 통해 말을 구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마사회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태종 이방원'에 말을 대여한 업체의 등록 기록을 확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동물단체와 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주마는 한 기수와 무조건 빨리 뛰는 연습만 하기 때문에 승용마로 전환하려면 재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반면 마주들은 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 퇴역 경주마는 평균 3,4세에 고기나 반려동물 사료로 도축되는 게 현실이다.
경주마 가운데 경주 기질에 맞지 않는 말도 상당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정현 전 한국재활승마학회 이사는 "달리는 게 맞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는 경주마들도 있다"며 "이들은 경마장에선 '쓸모'가 없지만 승용으로 적합해 승마장, 꽃마차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드라마에 동원된 말도 퇴역 경주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주마가 퇴역 이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해 퇴역 경주마(경마에 사용되는 품종인 서러브레드 기준)는 약 1,400마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주마 가운데 퇴역 이후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는 '기타용도' 비율이 2016년 5%(70마리)에서 2017년 6.4%(89마리), 2018년 7.1%(99마리), 2019년 7.4%(103마리), 2020년 22.5%(308마리)로 늘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제주생명권행동단체 제주비건은 22일 성명을 내고 "경주마 퇴사 시 신고 기준의 정확성은 낮고 용도 변경 추적 관리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경주마의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연매출 8조 원의 한국마사회 역시 은퇴한 경주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우리나라는 말의 반려문화가 거의 없어 국가 주도의 경주마 사행산업이 기형적으로 커졌다"라며 "퇴역 경주마의 인도적 조치 부재와 학대가 내재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은 드라마 촬영 책임자와 제작사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동물단체들은 해당 장면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등을 위반한 동물학대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보기: '태종 이방원' 낙마장면 말 결국 사망… 동물학대 적용될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24일 오전 11시 기준 약 13만6,000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