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넘은 가운데,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이 가능한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 적용을 정부에 요청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1조7,180억 엔(약 18조 원)이 넘는 경제 손실이 예상되자, 한편에선 “오미크론은 감기 정도인데 행동 제한은 과하다”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NHK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 30분 현재 만연 방지 조치를 요청한 광역자치단체는 18곳이다. 이날 오전 마쓰노 관방장관은 15개 지자체로부터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추가 요청이 잇따랐다. 이 중 야마가타, 나가노, 아오모리, 시마네현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번도 만연 방지 조치를 신청한 적이 없었던 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이 속도로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면 의료 체제에도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만연 방지 조치 적용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25일 대책회의를 열고 새로 만연 방지 조치를 신청한 지역에 대해 즉시 적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7일 오키나와 등 3개현, 21일 도쿄도 등 13개 지자체에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가 적용된 상태다. 여기에 18곳이 추가되면 총 47개 광역지자체 중 34곳에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 행동제한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조치가 적용된 16개 지자체가 입을 경제손실은 1조1,550억 엔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추가로 16개 지역에 약 19일간 조치가 적용될 경우, 추가로 5,630억 엔의 경제손실과 2만2,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16개 지자체의 손실과 합산하면 경제손실은 총 1조7,180억 엔, 실업자는 6만8,000명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연구소는 “작년 가을에 감염 위험이 일시 저하돼 개인 소비가 회복돼 왔지만, 새해 들어 감염 재확대,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에 따라 이런 경향이 주춤하면서 일본 경제는 답보 국면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조사한 올해 1~3월기 경제성장률 예측 평균치는 전기 대비 5.1%(연율) 플러스이지만, 만약 추정대로 1조7,180억 엔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5.0%의 마이너스 효과가 있어 성장률이 제로 근처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다 보니 굳이 작년처럼 만연 방지 조치를 내려야 하느냐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델타 변이와 달리 오미크론은 경증이나 무증상자가 많은데, 그때처럼 행동 제한을 해서 경제적 타격을 줘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배우 기타노 다케시는 지난 22일 민영방송 T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미크론이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아직 전모를 파악할 수 없고, 의료 압박이 오면 큰일”이라고 하자 “겨울에 감기가 유행할 때 정도로 생각하고, 지병이 있는 사람들만 열심히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재차 주장했다.
각 지자체장의 만연 방지 조치 요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오히려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자체장도 있다. 일본유신회 계열의 나카무라 도시히로 에히메현 지사는 지난 18일 “오미크론은 음식점 식사를 억제해도 감염 방지에 연결되지 않는다"며 “먼저 조치를 적용한 오키나와 히로시마 야마구치현을 봐도 효과는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의 경계심도 델타 변이 확산 때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오미크론 감염 확대에 대해 ‘매우 무섭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34%에 그친 반면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델타 변이만큼은 아니다’가 46%, ‘무섭지 않다’가 15%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