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까지 가세한 파운드리 '쩐의 전쟁'...TSMC-삼성 양강 체제 흔들까

입력
2022.01.24 20:30
인텔 10년간 1000억달러 투자 계획 발표
TSMC, 삼성도 이미 천문학적 투자 진행 중
"압도적 1위 TSMC보다 삼성이 더 위협받을 것"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 '쩐의 전쟁'이 확전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쌍두마차인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천명한 데 이어 천문학적인 실탄으로 무장한 인텔까지 참전하면서다. '반도체 제왕'으로 알려진 인텔이 가세하면서 일각에선 세계 파운드리 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외곽 리킹카운티에 200억 달러(약 23조8,500억 원) 투자와 함께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팹)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 공장에선 2025년부터 인텔의 자사 신제품 칩과 파운드리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인텔은 특히 이곳에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19조 원)를 들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 단지 조성 계획도 내비쳤다.


2025년 TSMC, 삼성, 인텔 2나노 전쟁

뒤늦게 대규모 투자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인텔의 합류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시나리오다. 지난해 터진 반도체 공급망 차질에 위기감을 감지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대상으로 공공연하게 인텔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최근 주력인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의 경쟁력 저하로 지난해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준 인텔의 입장에서도 돌파구 마련은 절실했다. 인텔이 급성장세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과거의 영광 찾기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인텔의 신규 파운드리 팹에서는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반도체에서 나노는 회로의 선폭을 의미한다. 숫자가 적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반도체를 넣을 수 있어 기술력이 더 높고 효율성이 개선된다. 현재 최신 공정은 3~4나노 수준으로, 현재 TSMC와 삼성전자만이 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0%를 육박하는 TSMC에서도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예고된 상태다. TSMC는 이미 120억 달러와 70억 달러를 투자해 각각 미국 애리조나 및 일본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최근 실적 발표에선 사상 최대인 400억∼44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에 파운드리 팹 설립을 위해 170억 달러를 투입했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전자의 텍사스 생산시설 모두 2년 이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를 두고 인텔까지 포함해 3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된 셈이다.

1위 TSMC 쫓는 삼성전자, 인텔 추격에 '샌드위치'

업계에선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에 따라 전체 시장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 삼성이 17.1%로 2위다.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중국 SMIC가 각각 7.3%와 6.1%, 5%로 3~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실상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초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천명한 인텔이 퀄컴이나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 확보에 성공할 경우 TSMC와 삼성전자에 분산됐던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텔이 TSMC에 맡겼던 자사 CPU 생산 물량도 2024년 이후 되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TSMC에선 빠지는 물량 만회를 위해 테슬라나 AMD 등 삼성전자에 위탁을 맡긴 업체에 다가갈 공산이 크다. 현재 기술력과 양산능력에서 TSMC에 뒤처진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실제 2025년 2나노급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그때까지 삼성전자도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해 탄탄한 고객군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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