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들이 붉은 갈퀴를 휘날리며 질주했다. 구름을 발판 삼아 힘차게 하늘을 가르는 '붉은 몸짓'엔 태양의 에너지가 듬뿍 스며든 듯하다. 러시아 작가 프세볼로트 울리야노프의 그림 '붉은 말들'(1917)이다. 이 그림을 배경으로 검은색 비니와 마스크를 둘러쓴 사내가 서 있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에 출연해 인기를 누린 육준서(25)다.
육준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혁명의 예술전'을 찾았다.
그는 2019년 해군 하사로 전역 후 화가로 활동 중이다. 2019년 '허상'을 비롯해 2020~2021년 초상화 연작을 냈다. 2020년엔 '불안: 요동치다'란 개인전을 열어 관객과 소통했다.
육준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렉산드로 티실레르의 '장애인들의 시위'(1925) 작품 사진도 찍어 올렸다. 육준서는 전시관에 걸린 작품을 독특하게 접근했다. 그는 SNS에 다비드 시테렌베르크의 '푸른 화병이 있는 정물'(1919) 중 테이블 레이스의 정묘한 부분을 확대해 올렸다. 이 사진만 보면 그림은 꼭 밀물과 썰물이 오가며 갯벌에 만들어 놓은 흔적처럼 달리 보인다.
육준서는 '우리들이 예술가에게 정말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수만큼 많은 세계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란 문구가 적힌 사진도 SNS에 올렸다. 전시회를 보고 나가는 길목의 한 벽에 새겨진 프랑스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이다. 육준서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상 가운데에 기록된 한 조각"이라고 전시 소감을 남겼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