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학교에서 접종 스티커를 발급하고, 매월 접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떡볶이 만화' 논란에 이어 정부의 백신 접종 홍보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린 것이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소통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카드뉴스 형식으로 온라인에 올린 '2022년 업무보고'에는 학교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이 담겼다. △접종증명 편의 제고 △약 6만 명 규모의 방역 인력 및 물품 지원 △상황에 맞는 '학교 방역 지침' 보완 △과밀 학급 해소 △집중 방역 기간 운영의 다섯 가지다.
문제가 된 계획은 '접종증명 편의 제고'다. 교내에서 학생들의 접종증명을 월 단위로 확인하고, 종이증명서와 스티커를 발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미접종 학생에게 낙인을 찍겠다는 것이냐"며 교육부가 학생들 간 차별을 부추긴다고 성토했다. "스티커로 아이들을 대놓고 구분한다", "학교 표식은 접종 강요"란 댓글이 900여 개나 달렸다.
이에 교육부는 "백신을 맞았을 때 동사무소에서 지급하는 스티커를 의미한 것"이란 해명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교육부 업무계획을 축약해 카드뉴스를 제작하다 보니 혼란이 있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현재 해당 업무계획은 수정돼 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됐던 문구를 '학교 방역체계 재정비' 항목에서 '학교 밖 안전 강화' 부분으로 옮겨 놓았다. 접종증명을 월 단위로 확인하는 주체를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명시했고, 증명서나 스티커 발급 내용은 아예 뺐다. 하지만 교육부가 접종을 강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백신 접종 홍보가 문제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7일 교육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웹툰도 지탄받았다. 해당 웹툰은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와 백신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알아보자'는 제목으로, 두 학생이 떡볶이 가게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식당 주인이 백신 접종 여부를 묻자, 한 학생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주인이 포장을 권유하자, 두 학생은 "백신 맞고 다음엔 꼭 같이 떡볶이 먹는 거다"라고 다짐한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선 "식당에서 떡볶이를 먹기 위해 백신을 맞으라는 거냐"며 황당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재 해당 웹툰은 SNS에서 찾아볼 수 없다.
청소년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증가하면서 백신 접종이 시급한데, 정부가 소통 문제로 되레 반발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3월부터 시행될 청소년 방역패스를 받으려면 24일까진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2차 접종과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한 일정이다. 그러나 23일 기준 12~17세 1차 접종률은 64.2%에 그쳤다. 아직 소아·청소년 10명 중 3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미루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다음 주엔 전국 초·중·고교의 40%인 4,730개 학교가 개학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도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정부가 학부모·학생 설득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학생에게 책임을 미루는 인상을 주지 말고,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