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불안하게 흔들렸던 눈빛이 사라지고 다소 느긋해졌다. 안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목을 잡는 존재만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생각이 바뀐 이유, 뭘까.
최근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흐름은 이렇다. "상승세를 탄 윤 후보가 안 후보와 함께 정권 심판 민심을 뒷받침하고, 이 후보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다."
전화면접 방식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 지지율은 12월 3주 35%에서 1월 1주 26%로 떨어졌다가 1월 3주 33%로 곧바로 회복했다. 같은 기간 안 후보의 지지율은 5%→15%→17%로 올랐다. 그 사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36%→34%로 정체돼 있었다.
ARS 자동응답(무선100%) 방식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윤 후보 지지율은 12월 3주 37.4%→1월 1주 35.2%→1월 3주 43.8%로 회복세다. 같은 기간 안 후보는 4.6%→15.1%→11.6%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40.3%→37.6%→33.8%로 주춤했다.
요약하자면, ①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딱 떨어지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고, ②안 후보가 선전하는 동안 오히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중도층이 이 후보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안 후보의 존재는 이 후보에게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봤다. 실제 한국갤럽 1월 3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50%였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 비율(53%) 비율과 비슷했다.
안 후보가 지지율 10%대를 유지하면서 '2강 1중' 구도가 굳어지는 것이 불리하지 않다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중도층과 부동층의 지지를 흡수해도 일시적일 뿐, '상대적 강자'인 윤 후보에게 정권 심판 민심이 모일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윤 후보나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이달 21, 22일 조사에서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윤 후보(14.2%)와 이 후보(9.5%)에 비해 안 후보(41.1%) 지지자들 사이에서 월등히 많이 꼽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안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가 그다지 아쉽지 않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여권이 '김건희 리스크' 부각 등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지만, 윤 후보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거부하는데도 후보 단일화 얘기를 자꾸 꺼내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안철수 변수'는 당분간 제쳐 두고 '이재명 대항마'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국민들이 후보 단일화 논의를 여러번 지켜봤지만 진정으로 '원팀'이 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느냐"며 "정치 이벤트 형식으로 접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