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Know] 공작새가 목숨 걸고 깃털을 펼치는 이유는?

입력
2022.0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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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 수컷에게서 배우는 신호효과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설’과 상충되는 공작새를 혐오했다. 공작새의 꼬리를 볼 때마다 어지럽고 토가 나온다고 했다. 화려한 꼬리깃털은 천적에게 자신을 노출시키고, 균이나 벌레가 서식하기 쉬워 질병에 걸리기 쉽다. 생존에 부적합해서 퇴화돼야 할 특성으로 진화한 건 암컷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진화에 대한 ‘장애 가설(Handicap Hypothesis)’은 공작새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화려하고 큰 꼬리를 가지고 있어도 적으로부터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운동능력을 갖췄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암컷이 좋아하게 되었고, 수컷은 꼬리깃털을 펼쳐서 자신이 우수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보가 적은 대상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보여주려고 특정한 신호를 보낼 때 나타나는 효과를 ‘신호효과(signaling effect)’라 한다. 유명 모델을 활용한 비싼 광고, 예술작품같이 독특한 사옥 등은 기업의 재력이나 우수성을 알리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

2000년 파산에 직면한 프라다는 지역 '랜드마크' 건축물로 이슈를 만들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에픽센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1년 건축계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프리처상’ 수상자 램 쿨하스를 영입해 뉴욕에 성당과 갤러리를 합친 듯한 혁신적 에픽센터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텍사스의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프라다 마파(Prada Marfa)’라는 매장을 세웠다. 경이로운 공간들은 개장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고,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다. 이 공간들을 통해 ‘프라다의 럭셔리’가 무엇인지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부활에 성공했다.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 투자자와 사용 경험이 없는 제품 구매 결정을 해야 하는 소비자를 위해, 기업은 자사가 안전하며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엽 경희사이버대 마케팅ㆍ리더십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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