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해군 참모총장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임했다. 최근 전쟁설까지 불거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갈등에 대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이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과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카이아힘 쇤바흐 독일 해군 참모총장(해군중장)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인도에서의 경솔한 발언으로 직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며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에게 즉각 직무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장관이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쇤바흐 총장은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실 존중받고 싶어 한다. 세상에, 누구를 좀 존중해주는 건 별로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아예 비용이 안 들 수도 있다”며 “푸틴이 그렇게 요구하는데 나라면 존중을 좀 해줄 것 같다. 그는 분명 존중받을 만하다”라고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 국가의 관측에 대해서는 “난센스”라고 일축했고,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반환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의 기존 입장과 반대되는 발언이다.
쇤바흐 총장의 발언 후 우크라이나는 특히 자국 주재 독일 대사까지 초치해 발언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르토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2014년부터 독일이 이미 제공한 지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해 감사한다. 그러나 독일의 현재 성명은 실망스럽고 그러한 지원과 노력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국방부 역시 그의 발언은 내용이나 표현에서 독일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