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부는 K감독 열풍…김판곤,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입력
2022.01.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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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항서·인도네시아 신태용과 함께
동남아 3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인

동남아시아의 축구 사령탑 한류가 심상치 않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63) 감독,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신태용(52) 감독에 이어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에 김판곤(53)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선임됐다.

한국인 사령탑을 내세운 이웃 국가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자 한국 출신 감독 모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보다 축구 선진국이고 문화적으로는 유럽보다 가까운 점도 인기의 비결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김판곤 위원장이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됨에 따라 위원장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도 같은 날 김 위원장을 자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알렸다. 김 위원장은 27일과 다음 달 1일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 시리아 원정경기까지만 국가대표팀과 동행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협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축구협회로부터 감독직 제안을 받았다. 협회는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존중했다. 김 위원장은 협회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발전 가능성과 그들의 비전에 공감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결단했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저의 결정을 지지해준 대한축구협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선임하고 4년 동안 중요한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성원을 보내주신 축구인과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혔다.

과거 홍콩 대표팀을 지휘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협회에 부임해 4년 동안 각급 대표팀 총괄 업무를 맡았다. 이 기간 동안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김학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 황인선 여자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등을 선임했다.

김 위원장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면서 동남아시아에서는 박항서 감독, 신태용 감독 등 3명의 한국인 감독이 활동하게 됐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4강, 2018년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 2019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우승, 베트남의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성과를 거뒀다. 2019년 10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신 감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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