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아파트, 39층 아래 피트층 덱 플레이트가 문제"

입력
2022.01.21 16:37
사고 1차 원인으로 분석 중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201동 39층 아래층인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 콘크리트 타설에 사용된 덱 플레이트가 붕괴 사고의 1차 원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덱 플레이트는 건축물 바닥(슬래브)을 만들 때 콘크리트 타설 전 뼈대 역할을 하도록 시공하는 철근 일체형 강판자재(거푸집)다. 동바리(비계 기둥) 설치가 필수인 재래식 거푸집과 달리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덱 플레이트를 납품한 A업체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되는 피트층용 덱 플레이트가 당초 설계 규격에 맞게 만들어져 납품됐는지, 실제 현장에선 어떻게 시공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붕괴 사고 이후 일각에서 피트층 슬래브 두께가 애초 설계보다 두 배 이상 두껍게 시공되도록 무단 변경됐다는 의혹도 불거진 터라, 슬래브 두께 변경에 따른 추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덱 플레이트 규격이 바뀌었는지 따져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201동 붕괴 사고 한 달여 전에도 203동 피트층이 무너졌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덱 플레이트가 구조 계산에 맞게 제작·시공되지 않았거나, 콘크리트 타설량이 당초 설계보다 많아 하중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동바리가 없는 덱 플레이트 특성을 고려해 콘크리트 타설 당시 작업자들이 집중 하중이나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산 타설하는 등 안전 지침을 지켰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 결과 덱 플레이트와 관련한 문제가 붕괴 원인에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피트층 잔존 슬래브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붕괴 위험이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와 건물 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으로 인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안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