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 큰 공급책 마련하라고 퇴짜 놓았다"... 서울 '부동산 민심' 공략

입력
2022.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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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타버스 일정 시작하며 '90도 사과'
1·2·4호선 지하화 등 대규모 인프라 공약
"최순실 사태" 거론하며 윤석열 견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을 설 연휴 전 마지막 주말 행선지로 택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 여전히 민주당에 마음을 열지 못한 서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준비했다. ①민주당 행적에 대한 '반성문'과 ②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공약 보따리'다.

이 후보는 21일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에서 서울 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것으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새해 들어 4번의 매타버스 일정 중 2번을 서울에 할애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락 조짐을 보이는 서울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1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서울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6%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26%)를 10%포인트 앞섰으나, 이날 발표된 1월 3주차 조사에선 이 후보 30%, 윤 후보 35%였다. 이 후보는 2주간 6%포인트 하락한 반면, 윤 후보는 9%포인트 상승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지역 의원들과 '90도 사과'로 일정 시작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서울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과 '90도 사과'를 하며 공약 발표를 시작했다. 당초 발표문에 "집 걱정을 덜어드리지 못해 대단히 송구하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이 후보는 동행한 의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현장서 제안한 것이다. 이 후보는 "서울시민의 부동산과 관련한 고통에 민감하지 못했다"며 "180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함께 사과드린다"고 거듭 허리를 숙였다.

서울 지역 1번 공약도 '부동산 민심'을 의식해 '32만 호 이상' 대규모 주택공급을 내세웠다. 민주당이 준비한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선 한 차례 '퇴짜'를 놓은 사실까지 공개하며 공급 의지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주택 공급 방안은 어제(20일) 밤에 정리가 됐는데, 제가 '부족하다, 추가하자'고 해서 몇 곳을 추가하느라 미뤘다"고 했다.

교통난 해소와 신규 택지 조성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지하철 1·2·4호선·경의선·중앙선·GTX-C·경부고속도로(양재~한남)·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 △지하철 4·6·7호선 급행 노선·신분당선 연장선 건설 △서울 서남부권 연구창업벨트 등 서울 각 자치구별 맞춤공약을 제시했다. 친환경 자동차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소음을 일으키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2030년까지 전기 이륜차로 전면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순실·국정농단 언급하며 윤석열 견제도

경쟁자인 윤 후보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 말미에 "최순실 사태에서 우리가 겪지 않았나. 우리 국민은 권한 없는 사람의 권한 행사를 국정농단이라고 불렀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과 선대본부 산하 조직에 무속인 참여 논란을 고리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킨 것이다.

공약 발표 후엔 2030세대들이 자주 찾는 마포구 연남동 거리를 찾아 시민들을 만나며 친형과 형수에 대한 '욕설 논란'을 진화했다. 즉석 연설에 나선 그는 "여러분을 믿고 바른길로 가겠다"며 "(지지자) 한 분 한 분이 하루에 1명에게만 '엄마 때문에 그랬다더라', '집안 얘기 좀 그만하면 좋겠다', '보니까 흉악한 사람이 아니더라'고 전해달라"고 읍소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