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10번째 추경 편성에 나서면서 국가채무 역시 1,100조 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11조 원 이상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데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추경 증액을 주장하고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첫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적자국채 발행분(11조3,000억 원)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50.1%)도 0.1%포인트 오르며 과반이 됐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늘어난 국가채무는 415조5,000억 원으로 2000년 이후 역대 정부의 약 2~3배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에선 국가채무가 143조2,000억 원 늘었고 이명박 정부 180조8,000억 원, 박근혜 정부 때는 170조4,000억 원 증가했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국민 한 사람이 지는 나랏빚(2,081만 원) 역시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인당 국가채무가 1,633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1인당 국가채무가 27.4% 급증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초과세수에 기반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발생한 초과세수로 적자국채를 갚겠다는 약속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발생한 초과세수로 국채를 상환할지, 새로운 추경에 쓸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더구나 여야 대선후보 모두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가채무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차기 정부 재원으로 35조 원을 마련해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며 '대선 후보 간 긴급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추경 증액에는 정부 동의가 필요한데, 정부의 원안 고수 입장이 강경해 추경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홍 부총리는 "정부의 추경 규모와 내용이 국회에서 최대한 존중되기를 기대한다"며 정치권 증액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재명 후보의 주장처럼 올해 예산의 6%에 달하는 35조 원을 예산 조정만으로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며 “새 정부에서 또다시 나랏빚에 기댄 추경에 나서면서 국가채무는 1,100조 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