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 KBS 2TV 사극 '태종 이방원'이 2주 연속 결방한다.
21일 '태종 이방원'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13·14회 결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를 앞두고 드라마 관련 특별 방송으로 편성될 예정이었던 29, 30일 분량도 결방될 예정이다. 동물학대 의혹을 야기한 낙마 장면이 포함된 7회 방송은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태종 이방원'은 KBS가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대작 정통 사극으로 지난 1일 방송된 7회에선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던 중 낙마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후 이 장면 촬영 현장에서 와이어로 말을 강제로 쓰러뜨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장면에 쓰인 말은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대신 말에 올라 촬영에 임했던 스턴트맨 역시 낙마해 부상 당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20일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면서 "촬영장에서 동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 조언·협조를 통해 찾겠다"고도 했다.
KBS의 사과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는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추후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종 이방원' 방송 중지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1일 오후 1시 현재 4만 3,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배우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등 유명 연예인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효진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고, 김효진은 "정말 끔찍하다"며 "촬영장에서의 동물들은 소품이 아닌 생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