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1일 "설 연휴 전후의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TV 토론에서 대선후보들이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국가의 비전이나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란 충고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가 비교적 순탄하게 잘 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의 선대위 전면 개편 목적이 '1월 중 원래 지지도 회복'이었던 만큼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판단이다. 선대위 내홍의 '핵'이었던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보도에 대해 "저런 언행을 하시는 분이 대통령 부인으로 적합하겠나라는 여론을 만드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신에 대한 김씨의 언급에 대해선 "말을 함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통화 녹음파일에서 김씨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선대위에 계속 오고 싶어 했다. 먹을 것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김씨의 발언을 윤 후보의 생각과 동일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국민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누구에게 이득인지 섣불리 단정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건진법사와 관련 네트워크 본부가 얽힌 무속인 논란에는 "경선 때 손바닥에 왕(王) 자가 쓰여 있을 적에 이미 논란이 됐던 상황"이라며 "그런 기구(네트워크 본부)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국민의힘에는 "한 번 나온 이상 다시는 돌아가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은 국민의힘이 원상회복 됐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음력 설 전후의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파악해 2월 선거운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3월 9일 최종 결정 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V 토론이 설 전후 여론조사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이나 대장동 등 네거티브만 하면 국민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신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냉정한 인식을 갖고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게 현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개인적으로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비전과 희망보다는 '특정 연령이나 계층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만 회자되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합리적이지 않다"며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 빈부 격차 등이 대두되는 세계적 전환기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2년 이상 겪으면서 720만 자영업자의 경제가 황폐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를 짚었다.
이어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위치를 점할 것인가'나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도 되지 않는 형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위원장은 "'돈 준다'는 얘기, '개발한다'는 얘기 외에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며 "사실 후보들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니까"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더했다. 그런 점에서 "(후보들 간의) 구분이 없지 않나 하는 염려도 표시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각 후보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한때 동지였던 윤 후보에는 집권했을 때 180석의 현 여당을 포섭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관계 설정을 못 하면 초반부터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로 위헌 논란이 있던 '김종필 총리서리 체제'를 구성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그게 얼마나 옳은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공정, 정의를 내세우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에 적합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선대위 합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원팀', '원팀' 생각할 필요 없다"며 "특정인에 의존해 도움받는다는 생각은 애초에 안하는 게 현명하다"고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은 후보 신념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에는 "변심이 굉장히 빠르신 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자기가 전에 약속한 것도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일관성 문제에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변심에 능한 게 상황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후보가 최근 들고 나온 '4년 중임제 개헌'에는 임기가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87년 헌법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대통령과 내각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총리 간의 권력 구조를 어떻게 정립해야 정부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라"는 쓴소리다.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를 외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는 "지지율이 18%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 단일화가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지지율이 그만큼 오르면 국민들이 먼저 단일화 압력을 가할 것이고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윤 후보에게는 "단일화를 하든 안 하든 본인이 당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