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리베로 임명옥(36)이 수비와 블로킹으로 무장한 도로공사 ‘탄탄 배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1일 현재 임명옥은 24경기(88세트)를 소화하면서 리시브 효율 54.6%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권 김연견(현대건설ㆍ40.6%) 노란(인삼공사ㆍ40.4%)보다 무려 14%포인트 이상 높다. 리시브 실패도 507개의 리시브를 하는 동안 단 10개(실패율 1.97%)뿐이다. 역시 김연견(4.76%)이나 노란(3.97%)을 압도한다. 디그 역시 세트당 5.61개를 걷어 올리며 노란(5.53개)과 신연경(기업은행ㆍ5.33개)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선 디그 30개(성공률 100%)를 보태며 역대 2호로 디그 9,000개를 돌파(9,026개)했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김해란(흥국생명ㆍ1만33개)이다. 프로 원년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8시즌째 코트에서 뛰면서 작성한 대기록이다. 특히 2015~16시즌부터 7시즌 연속 리시브효율 50%를 넘기는 등 꾸준한 기량이 돋보인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어려운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도로공사는 특히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909개)다. 양효진-이다현의 ‘현대산성’을 앞세운 현대건설(세트당 2.461개)과도 제법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질주에 임명옥의 ‘지분’도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리시브 등 팀 수비의 중심은 임명옥”이라며 “그쪽(임명옥의 수비 방향)은 블로킹으로 방어하지 않는다. 그쪽은 (임)명옥이 코스”라며 믿음을 보냈다.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모두 막을 순 없기에 최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블로킹을 한 뒤 나머지 공격은 임명옥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그래서 팀 블로킹이 더 잘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 공격수가 임명옥의 수비 범위를 피해 공격하다 보니 블로킹에 가로막힐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임명옥의 활약과 함께 도로공사는 그동안 ‘천적’이었던 GS칼텍스에도 시즌 상대전적 3승 1패로 우위에 서며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게 됐다. 도로공사는 2019~20시즌과 2020~21시즌 GS칼텍스전 12전 전패였고 올 시즌 1라운드 패배까지 13연패를 당했지만, 2~4라운드에서 3연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연패 기간 GS칼텍스를 만나면 잘됐던 것도 안 됐지만 올 시즌엔 껄끄러움에서 벗어났다”면서 “봄배구에서 만날 수 있는 팀이다. 선수들이 지금의 자신감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만 올 시즌 ‘절대 1위’ 현대건설과의 승부는 과제다. 3라운드에서 3-2로 승리하는 등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건 사실이지만, 1, 2라운드에서 0-3으로 완패했고 4라운드에서도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은 정규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패한 경기에서도 우리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면서 “양효진의 공격은 우리 수비로 어느 정도 방어되는 것 같다”면서 “항상 분석하고 준비하지만 엇박자가 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더 자신 있게 경기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