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비문 양쪽 입김에... 차별화에도 '무난해진' 이재명의 입

입력
2022.0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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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더 과감히 등져야 한다." vs "문재인 정부의 성과까지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두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이처럼 양 갈래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던 비문재인계 인사들은 정권교체론이 과반인 여론지형 극복을 위해선 보다 선명한 차별화로 중도 표심까지 흡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반면,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깊이 관여해온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이 후보의 지나친 차별화 시도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재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원팀' 구성을 마무리한 이 후보는 '절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현 정부의 평가에 대해 원론적인 비판이나 지적에 머물뿐, 이 후보 특유의 입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할 때에만 등장한다.

이 후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분야에서 정부와 맞서며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이를 정부가 일부 수용하면서 각을 세우는 발언을 찾기가 어렵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9일 언론에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자, 이 후보는 같은 날 밤 페이스북에 '잘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과도하고 급작스러운 집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실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환영했다.

이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환자 발생 2주년인 2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방역에 잘 대처해왔습니다만 경제방역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했다. 그간 방역지원금을 두고 정부와 대립해온 만큼 '소극적 재정지출'을 비판한 것이다. 다만 평소 강하게 비판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 후보 특유의 '명쾌함'이 부족하다. 새해 들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했고, 이날 북한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시사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에 비해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말 토론회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해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어떻게 손볼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가 선을 지키는 데 애쓰는 것은 선명한 차별화가 자칫 친문 지지층 표심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차별화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정무적으로 차별화에 나섰다가 친문 지지층의 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는 송영길 대표 발언에 설훈·김종민·신동근·윤영찬 의원 등 친문계가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대표적 사례다. 과도한 차별화 시도가 원팀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비문계에선 정권심판론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차별화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부동산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현 정부에서 논란이 된 정책 기조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현역의원이 다수인 친문계는 선거에서 지더라도 집에 가지 않지만, 이 후보 본인은 선거에서 지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