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늬만' 대중제 골프장 세제 혜택 손본다... "경영부담 소비자에 전가" 우려도

입력
2022.01.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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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골프 호황에 편승해 천정부지로 이용료를 올린 대중 골프장에 대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경기보조원(캐디)이나 카트 이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착한 골프장’에는 세제 합리화와 체육 기금 융자 우대 등의 혜택을 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 안건으로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스포츠산업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의 골프 대중화 선언식'에서 문체부는 2026년까지 골프 인구 600만 명, 시장 규모 22조 원 달성을 목표로 실질적 골프 대중화와 지속 가능한 산업 혁신을 양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근 대중골프장이 이용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가 1999년 골프 대중화 정책 추진 이후 20여 년 만에 골프 생태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린피 등 각종 이용료를 대폭 올리고 유사 회원 모집 등 편법 영업을 하는 이른바 ‘무늬만’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세제 혜택 전면 재검토다. 그동안 대중골프장은 이용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2만1,120원을 면제하고, 재산세는 회원제 골프장의 10분의 1 수준만 적용했는데, 이 혜택이 소비자로 이어지지 않고 골프장 배만 불린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세제 혜택 적정성을 다시 살핀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기존의 회원제·대중골프장 구분을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 골프장의 삼분 체제로 바꾸고 대중형으로 지정되는 골프장에 대해서는 세제 합리화, 체육 기금 융자 우대 등의 ‘당근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중형 골프장의 요건은 이용료와 캐디·카트 선택 여부, 부대 서비스 가격 등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다. 합리적인 그린피를 받는 ‘착한 골프장’만 대중 골프장으로 보고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골프장 영업형태 개선에도 나선다. 전국 170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 업체에 대한 직권 조사와 시정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상 캐디, 카트, 식당 이용 강요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취소 위약금을 합리화한다.

쓰레기 매립장 등을 활용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설치·운영하는 ‘에콜리안’ 골프장 같은 주말 18홀 기준 이용료 10만 원 이하의 공공형 골프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골프장 코스 간 거리를 현행 20m 규정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골프장 사업자가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이 외에도 문체부는 캐디의 단계적인 4대 보험 가입과 캐디 요금 카드 결제를 추진한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 골프업계는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대중형 골프장으로 가느니 비회원제로 남아 줄어든 세제혜택에 따른 경영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대중골프장 관계자는 “대중형 골프장 요건 기준을 봐야 비회원제로 있을지 대중형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겠냐”며 “현재보다 이용료를 큰 폭으로 낮춰야 하고 혜택도 크지 않다면 대중형으로 갈 골프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향후 정할 대중형 골프장 요건 세부 기준이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할지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체육시설법 개정을 목표로 삼고, 이후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대중형 요건 등 세부 규정을 지정할 계획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번 방안이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을 이용할 기회가 되고, 업계에는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돼 제2의 골프 대중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