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 대해 20일 이준석 대표가 전한 분위기는 마냥 화기애애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패배 이후 홍 의원은 윤 후보와 거리를 둬 왔다.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선거 지원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최근엔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삭제하며 대선 때까지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고 침묵 선언까지 한 상태였다.
그랬던 두 사람의 만남은 윤 후보의 적극적인 구애 덕에 이뤄졌다. 전날 회동에서 홍 의원은 '원팀' 합류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 달라.
이 대표는 이 중 두 번째, 처가 비리 엄단에 대한 선언은 윤 후보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가족 관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원칙을 한 번 밝힌 상태에서 정치적 선언까지 하기엔 부담이 클 거라는 관측에서다.
여기에 더해 첫 번째 조건,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관련해서도 홍 의원이 서울 종로 공천권을 요구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윤 후보 측 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서는 등 원팀 행보는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거덕대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20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윤) 후보가 지난 MBC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에도 상당히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반응하고 있고 후보자의 배우자도 문제가 있는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지금의 기조보다 후보가 더 낮게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처가 비리 엄단에 대한) 선언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의 이 같은 요구가 윤 후보 입장에선 다소 불쾌하고 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란 해석도 내놨다. 그는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 이중잣대를 대지 않겠다는 것은 후보의 원래 원칙"이라며 "이것을 굳이 어떤 정책 선언의 의미로 하는 것은 후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조건,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에 대해서 이 대표는 '탕평인사'로 해석했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사람을 쓰라는 뜻 아니겠냐. 홍 의원 본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인사라기보다는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저 정도면 탕평인사로 훌륭한 인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추천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당장 첫 번째 조건과 관련해, 홍 의원이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다. 서울 종로에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뒤 홍 의원을 도와 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자신과 가까운 인사의 공천을 요청했다는 거다.
이에 윤 후보 측 인사들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성격으로 뛰어야 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 선거의 공천권은 후보의 영역이란 점에서다.
다만 이 대표는 "(홍 의원 합류 여부는) 다음 주 월요일(24일) 이전에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건진법사 전모씨와 관련해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추천을 받은 인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후보자랑 배우자의 추천이 아니라, 다른 핵심 관계자 의원의 추천이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건희씨와는 모르는 사이였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혀 그분이 추천한 관계는 아니었다"면서 "오해받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이 대표는 '김씨가 사주, 무속, 도사 등 주술적인 것에 관심이 많기는 한가'라는 질문에도 "만났을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업을 했던 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실리적인 발언을 많이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