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4년 중임제는 집권 연장을 위한 속임수”라고 반발하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하며 개헌 논의에 참전했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개헌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비방ㆍ음해로 치닫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개헌론은 건전한 정책 대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른 후보들도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미래 한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87년 체제의 산물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와 대결 정치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최근 대선에서 대부분 후보가 각자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 앞에 섰던 것도 낡은 틀을 개선하자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제를 비롯한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정답은 없다. 이 후보 주장대로 4년 중임제를 도입하면 책임정치가 가능하고, 대선과 총선 주기를 2년 차이로 조정하면 집권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제시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적지 않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서 공론화를 거쳐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개헌론이 점화하면 네거티브 선거전이 정책ㆍ이슈 대결로 전환될 수 있다. 야당 일각에서 개헌론이 대선 국면에서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대선 국면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발을 뺄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공감한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시대와 부합하지 않은 제도와 시스템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방분권 확대와 국민 기본권 강화 등 손봐야 할 항목이 한둘이 아니다. 여야 모든 후보가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을 그만두고 개헌이라는 미래 지향적 이슈로 경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