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담배공장'이 '문화복합공간'으로... 폐시설물 재활용 해법 찾는 지자체들

입력
2022.01.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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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옛 연초제조창 건물 문화복합공간으로 바꿔
오산시도 폐정수장 부지 일부 '반려견 테마파크' 조성

산업화의 거점으로 전성기를 누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건축물이 문화공간 등 시민들의 힐링 장소로 재탄생하고 있다. 운행이 중단된 기차역을 활용해 세계적 미술관이 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나 폐쇄된 발전소의 외관을 존치해 현대 미술의 중심지가 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같은 명소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19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말 2003년 가동을 중단한 후 방치된 장안구 정자동 한국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담배 생산 공장) 건물을 일부 개조해 ‘111CM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111CM’은 제조창 주소인 정자동 111번지와 커뮤니티(ComMunity)에서 C와 M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111CM’ 공간은 조선시대(1795년) 수원 화성 축조를 위해 만들어진 대유평(벌판)이다. 이후 1960년대 후반 한국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으로 조성돼 시나브로와 88, 라일락, 한라산, THIS(디스) 같은 담배를 생산했다. 한때 1,500명의 노동자가 종사했고, 연간 1,100억 개비 담배를 생산해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로 통했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 구축 등으로 2003년 3월 가동을 중단한 후, 20여 년간 방치돼 왔다.

이에 수원시는 2017년 대유평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면서 제조창 건축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시민 품으로 되돌렸다. 새롭게 탄생한 ‘111CM’은 회색빛 기둥이 6m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어 고풍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9m 높이의 천장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구현했고, 벽에는 통유리를 주로 활용해 내·외부 공간이 시각적으로 확장돼 보이도록 했다. 건물 입구는 당시 담배공장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세면장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역사성과 특색을 더했다. 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1만7,000여㎡ 일대에 지하주차장과 상부공원이 결합된 형태의 도심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기 오산시도 지난달 16일 환경사업소 내 폐정수장 부지 일부를 ‘반려동물 테마파크’로 바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대지면적 1만973㎡, 건축연면적 2,984㎡로 4층 규모로 조성된 테마파크에는 애견미용숍과 펫호텔, 애견수영장, 애견카페가 갖춰져 있다. 테마파크가 조성된 부지는 2000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제1하수종말처리장을 복개한 곳이다. 그간 시설 노후화로 인한 방류 수질 악화 등으로 각종 민원이 발생했던 부지를, 시민들이 앞다퉈 찾는 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시민들의 호응도 높다. 오산에 거주하는 김명희(45)씨는 “노후된 시설물을 방치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건물과 장소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문화”라며 “담배공장의 한 터를 남겨 놀라운 변신을 한 만큼 인문도시와 지속 가능 발전도시의 상징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나머지 색을 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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