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보도에 욕설 공개 맞대응… 이런 막장 대선

입력
2022.0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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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가 보도된 후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거 욕설 녹음파일을 공개해 맞불을 놓았다. 정책이나 비전 경쟁 없이 가십성 네거티브 공세로만 치달은 대선이 더 이상 갈 데 없는 막장에 이르렀다. 직선제 도입 후 이렇게 한심한 대선은 없었다. 여야 모두 정상적인 선거운동 궤도로 되돌아오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공식 취재가 아닌 사적 대화로 볼 수 있는 김씨의 통화 내용이 MBC를 통해 보도된 데 대해 불만이 있을 만하다. 10일 방송을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은 방송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내며 호응했다. 그렇다고 상대 후보의 욕설 녹음파일을 공개하는 맞불 대응이 정당할 수는 없다. 장영하 변호사는 18일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일이라며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1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민의힘 이재명국민검증특위 소속이고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클린선거전략본부가 지원했으니 사실상 당이 나선 것이다. 김씨의 미투 폄하와 무속 논란을 이 후보의 욕설로 덮는 게 클린선거전략인가.

여야의 진흙탕 싸움은 부끄러울 지경이다. 민주당은 “제2의 이멜다” “최순실의 아류”라고 공세를 펴며 후보 배우자 검증에 분주하다. 이에 대응한답시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대통령 될 사주”라고 말한 동영상을 끄집어내는 등 과거 행적 캐기에 여념이 없다.

말초 감각을 자극할 뿐 국정 운영 능력 판단과는 거리가 있는 이런 네거티브 공세는 국가의 리더를 결정하는 올바른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만 키울 뿐이다. 누가 집권해도 떠안아야 할 후유증이 남는다. 득표 전략으로도 네거티브 공세는 지지층과 반대층에 기존의 호오를 강화하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좀 더 나은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이를 선택할, 숙고하는 시민의 표를 잡아야 이긴다. 양당 모두 자숙하기 바란다. 설 연휴 치러질 토론에서 실력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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