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녹취록’ 유튜브 공개 여부 두고 설전..."정치공작" "국민의 알권리"

입력
2022.01.19 17:21
재판부 "헌법의 명확성 원칙에 기반해 판단"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해야하는 지를 두고 열린공감TV 측과 김씨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송경근)는 19일 김씨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한 심문을 열었다.

김씨 측은 “녹취파일 공개는 정치공작이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윤석열 후보 낙선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소리 관계자 이모씨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몰래 녹음한 불법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씨 측은 “정치공작과 관음증 충족을 위해 방송하려는 것”이라며 “반복되는 공작의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공감TV 측은 “김건희씨는 대선 후보 부인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단순한 사적 대화라고 하더라도 후보자에게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우자의 언론관 등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취재윤리 위반 논란을 빚을 수 있기는 하지만, 대단히 공적인 사안에 대해 보도 자체를 막았을 때 생기는 공익 침해가 더 크다”고 했다.

이들의 공방은 심문 전후로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열린공감TV에 취재 자문을 맡은 강진구 기자는 이날 심문 시작에 앞서서도 “공직 후보자가 녹취를 보도하지 말라며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 시도”라며 “언론 전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 측 대리인단은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런 정치공작에 의한 녹음파일은 언론·출판의 자유로 보호할 범위가 아니고 가치도 없다”며 “(아울러) 사적 대화는 국민의 알권리인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재판부는 “사전 보도 금지라고 하는 건 사실 사전 검열 내지 보도의 허가를 받는 성질을 띄어서 대법원 판결에서도 요건이 엄격하고 명확해야 한다”며 김씨 측에서 방송금지 요청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 통화 녹취록 공개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씨 측은 앞서 녹취록을 보도하려고 한 MBC와 열린공감TV,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각각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4일 김씨 측이 MBC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김씨 관련 수사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언론에 대한 불만 등을 제외한 내용에 대해서 공개를 허용했다.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은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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