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사실 정권 교체기마다 부침을 겪었다. 폐지론에 휩싸이거나 보육, 가족 등 업무를 타부처에 넘겼다, 다시 받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성평등-가족-청소년'을 중점적으로 맡는 지금의 형태가 됐다.
곧 치러질 대선으로 사실상 10년 만의 인수위를 앞둔 시점, 벌써부터 여가부는 '리모델링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존치냐, 폐지냐, 개편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여가부가 현재의 구조를 갖추게 된 배경과 부처 간 역학관계부터 들여다 봐야 제대로 된 점검과 대안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여가부의 가장 기초는 '성평등'이다. 그 위에 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을 쌓아올린다. 성평등이란 기초 위에 다양성을 쌓아올려야 이중 삼중으로 소외되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상대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게 '건강가정기본계획'이다. 기존 가족계획에서 빠지는 미혼모·부 등 한부모가정, 1인가구, 비혼공동체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을 설계했다. 일·가정 양립 및 출산·양육 지원 등 우호적인 근로 여건을 조성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가족친화인증'도 평등 관점에서 접근해 나온 제도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다양성과 인권 존중, 평등이라는 가치는 양성평등뿐 아니라 이주민 가족 문제, 위기 청소년 문제까지 다양하게 뻗어나간다"며 "이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에 필요한 기본 가치를 지향하면서 정책을 짜 시너지를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여가부의 역할을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에서 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부처는 기초생활보장, 제도권 학생들, 일자리 창출처럼 가장 덩치가 큰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고용부는 경력단절여성이나 여성근로자의 특수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모든 구직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제도를 설계하는 교육부는 학교 안 청소년에 집중하게 된다.
이건 괜한 우려가 아니다. 실제 가족업무를 복지부가 맡았던 2005년에는 관련 법률은 3개, 담당자 2명에 그쳤다. 인구·가정정책과 내 1계만 이 업무를 맡은 셈이다. 하지만 여가부가 맡은 뒤 가족정책·가족지원·가족문화·다문화가족과 등 4개 과로 불어났고,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법 등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현재는 8개 법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석훈 성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가족친화 인증에 떨어질까 민감해 하고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여가부 차관 주재 회의로 인증이 부여돼 부처 차원에서 힘을 받는 제도이기 때문"이라며 "고용부로 넘기면 비슷한 인증제에 합쳐지고 국장급으로 중요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존폐를 논하려면, 여가부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왜 부족하고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부터 논의하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의 존재감이 부족한 데는 여가부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의 부족 또한 원인이다. '페미니스트 정부'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여가부 기능 강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여가부의 역할에 대해선 비판할 지점도 많지만, 성평등을 혼자 떠안기엔 1개 부처 정도로 규모가 작은 데다, 관계부처의 협업을 이끌어낼 권한도 부족하다는 점 등 전체 정부 조직 구조상 부딪히는 한계도 함께 봐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단순히 '없애냐 마냐'가 아니라 부처 간 조율을 통해 성평등 업무의 실질적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