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의 법률상 분류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결핵과 같은 감염증 2등급이 아니라 계절 인플루엔자 같은 5등급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류가 된 오미크론은 확산은 빠르지만 중증화율은 낮고, 백신과 치료제도 어느 정도 보급됐으니 굳이 감염자 수를 세지 말고 사회적 대응을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전문가보다는 보수 정치인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주장을 올해 화두로 던진 사람은 아베 신조 전 총리다. 그는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신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이후 본격적으로 오미크론 확산이 시작돼 1월 1일 500명대였던 하루 확진자 수가 2주 만에 2만 명으로 늘어나자 “코로나19를 5등급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가 의료·경찰·소방 등 필수 노동자 중에도 다수 발생하는 데다, 음식점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를 다시 실시하면 경제에 타격이 크니 아예 유증상자만 치료하고 감염자 수를 세거나 밀접접촉자 분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급기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3일 “5등급으로 변경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논쟁은 이미 뜨거워졌다. 정기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각 당 핵심 의원들은 NHK에 출연해 논쟁을 벌였다. 보수야당인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 간사장이 코로나19를 5등급으로 내리자는 의견을 내자,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간사장은 “5등급 변경은 코로나 극복 선언과 같다”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본유신회의 지역 내 영향력이 강한 오사카부는 18일 도쿄보다 많은 하루 감염자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확진자를 기록했지만 도쿄도와 달리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를 요청하지 않았다. 병상에 여유가 있으니 경제활동을 좀더 우선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은 것은 인정하지만 5등급 변경은 이르다는 견해가 주류다. 일본은 19일 현재 하루 4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중증자 수는 200명대, 사망자 수는 하루 서너 명에 그치고 있다. 다만 감염 후 중증화 및 사망자 발생에 시간이 걸리므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