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18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핵미사일 대응책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급한 '선제타격'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것이 감지가 되면 선제타격을 해 버리겠다'는 선제타격론에 대해 "군사 기술적으로 어렵다"면서 "말 듣기에는 시원하고 화끈하고 믿을 만하다 하겠지만 (핵 미사일 발사) 감지는 미국도 못 한다. 감지를 못 하면 선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각종 장비, 인공위성으로 북한을 상시 감시하고, U-2기 등으로 수시로 그냥 북한 상공을 촬영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도 감지는 어렵다"면서 "미사일이 올라 온 뒤에 일정한 고도에 도달해야 레이더에 걸리게 돼 있어서 사후 감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몇 ㎞짜리인지, 그 다음에 어떤 종류인지, 이른바 미사일 재원에 대해서 한미 군사정보 당국 간에 공동으로 검토를 해서 몇 시간 지나야 비로소 어디에서 쏴서 어디까지 도달했다, 고도는 얼마였다, 사거리는 얼마 나왔다 같은 정보는 서너 시간 후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19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 상황을 들어 미국조차 선제타격에 막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4년 미국이 한 번 선제타격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불러올 후과가 엄청나다는 걸 알고 수습하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94년에 미국이 영변 핵단지를 폭격하는 경우에 전쟁은 3일 만에 끝나지만 6·25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죽게 돼 있다"며 "전비는 1,000억 달러면 충분한데 남한의 경제를 복구하는 데 30년이 걸리고 비용은 3,000억 달러가 들 것이다, 하는 연구 결과가 주한미군사령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 사태 당시 미국이 선제타격 가능성을 제시했다가 큰 부담을 우려해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정상회담 카드를 받고 제네바 합의로 위기를 일시 해소한 바 있다.
정 전 장관은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게 선제타격인데, 더구나 그런 걸 하려면 한국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는 판에 무슨 선제타격이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아울러 윤 후보가 언급하는 '선제타격'이 전면 전쟁으로, 다시 세계 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제타격하면 중국은 반드시 개입한다. 소위 전선이 평원선(평양-원산) 이북으로까지 확대가 되면 중국은 전통적으로 개입을 해 왔다"며 "중국이 가만 안 있게 되면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일 거고, 이러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제3차 대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서 국민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전쟁을 막기 위해서 선제타격을 하겠다니,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단면"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북한은 주적' 언급에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우리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이 사라진 것이 한 17, 18년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의 안보·국방 개념에 대한 이해를 두고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올라갔든지"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작년 연말에 열린 북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정서를 보면 한반도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국방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국방비를 많이 증액해서 미국 무기도 많이 샀고, 북한이 보기엔 고성능 장비를 많이 들여왔으니 자기들도 뭔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이달 중 최소 한 번은 더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여지가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KN-23, 24를 쐈기 때문에 25가 남았다. 초대형 방사포인데, 24일 전에 한 번 쏘지 않겠는가. 그 이후로는 쉴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 4일부터 시작이 되고, 중국 입국은 1월 24일 내지 25일부터 시작된다"면서 "그 후에 쏘면 곤란하지만 그전까지는 중국도 그러려니 하리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의 대화나 교류 가능성은 당분간 높지 않다고 봤다. 정 전 장관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남북 혹은 남북하고 중국의 의미 있는 회담을 가질 수 있었는데 북한이 (올림픽에) 참여를 안 하게 되면서 그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민간 교류 역시 북·중 국경이 여전히 봉쇄된 상황이라 진행되는 것이 없다. 정 전 장관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단체들이 많이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단둥이나 다롄의 창고에 넣어 놨는데, 2년 이상 국경이 봉쇄되면서 그게 못 들어갔다"며 "그런 물건부터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국경은 16일 북한의 화물열차가 단둥을 방문해 물자를 싣고 돌아가면서 잠시 열렸지만, 이것이 상시적 교역 재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