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로 바뀌면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고 장기 집권 할 수 있습니다. 노사 관계 문제도 회피할 수 있고요. 절대 지지할 수 없죠.”
19일 경북 포항제철소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한대정(44)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설립 반대 이유를 설명하는데 막힘이 없었다. 그는 “포스코는 태생부터 주인이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라 경영권을 강화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회장 권한이 막강해진다”며 “오너가 없는 금융 지주회사처럼 대표가 장기 집권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은 장기간 반복 연임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A 회장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네 차례 연임 중이고, B 회장도 2014년부터 세 번 연임하고 있다. 지주회장의 연임으로 권한이 집중돼 회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약화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1회,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조는 포스코가 자회사로 전락하면 설비 투자 감소로 근로자의 안전과 근무 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산재 때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이달 말 시행되지만,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회장은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난다”며 “잇따른 사고에도 안전 대책에 소홀했는데 지주회사로 바뀌면 자회사가 될 포스코의 근무 여건이나 노사 관계 문제는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숨진 근로자 수는 20명이 넘는다.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에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에 특별감독을 벌여 225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국회 산재 청문회에 출석을 요구 받았지만, 허리 통증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비난을 샀다.
노조는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이달 28일 열리는 포스코 임시 주총에서 지주회사 설립 안건 통과를 막겠다는 각오다. 상당수의 소액주주는 주주가치 훼손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분위기다. 주총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발생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한다.
한 수석부지회장은 “지주사 설립이 진정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면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며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노조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러 단체와 연대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민주노총 소속이며 광양제철소, 포항제철소 등 2곳의 근로자 900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금속연맹 산하 포스코노동조합이 있지만, 지주사 전환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