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의 선거운동과 주민투표 참여를 제한한 현행 법·제도를 개정해 청소년의 참정권을 증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 같은 의견 표명과 함께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 지방자치제도 관련 연령 기준을 공직선거법(만 18세)에 맞춰 하향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정당법·공직선거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 정당가입·선거운동 금지 연령기준을 하향하거나 삭제하고, 교육현장에서 모의투표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국회의장에게도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권고는 지난달 6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됐다. 국회에선 지난달 31일 총선과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달 11일에는 정당가입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하는 정당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다만 선거운동 연령 기준은 여전히 18세 이상이고,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 연령 기준도 19세로 이전과 동일하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청소년의 정치적 참여권 증진을 위한 국회의 지속적인 노력에 환영을 표한다"면서도 △선거운동 금지 연령기준(만 18세) 하향 또는 삭제 △주민투표·주민소환 등 지자체 관련 연령기준(만 19세) 하향 △모의투표 허용·관련 지침 마련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청소년은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 학생항일운동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민활동에 참여했고, 독립 이후에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힘을 실었다. 인권위는 이어 "정치적 참여권은 민주주의를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헌법국가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인정돼야 하는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청소년도 그 주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청소년이 민주주의 사회 주권자로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동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관련 법안 추진 사항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원위 의사결정 과정에선 소수의견도 나왔다. 비상임 인권위원인 한석훈 위원은 청소년의 선거운동·정당가입 금지 규정 삭제 및 연령하향 권고에 반대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나 판단에 기초하지 않은 선거운동이 행해질 우려가 있고, 선거운동에 따르는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정당가입과 관련해서도 "가치관 형성 과정인 중등교육 기간에는 가치중립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상철 상임위원도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선거운동 금지 규정 삭제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