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카르타 교민입니다. (중략) 트리야나씨 사연을 보고 한국 사람으로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13일 한국일보에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이날 보도([슬라맛빠기! 인도네시아] “100만 원 떼먹은 김 부장님, 제 마을이 세계 으뜸 됐소”)에 대한 응답이었다. 기사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 돌아온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가난한 고향을 전 세계가 인정한 관광마을로 일궜다는 내용이다. 실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기사 속 욕야카르타(족자) 특별자치주(州) 응랑그란 마을을 지난달 초 '제1회 최우수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로 선정했다.
이 마을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관광마을 조성에 영감을 준 것도, 질서 의식, 투철한 시간 관념, 환경 보호 세 가지 원칙을 심어 준 것도 한국이다. 한국을 은인의 나라로 여긴다. 다만 2000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일했던 관광마을 사업 지도자 트리야나(43)씨는 "(일하던 공장의) 김 부장님이 월급 100만 원을 주지 않고 불법 체류가 아닌데도 신고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수 독자가 김 부장의 정체에 관심을 쏟은 반면 "1999년 인도네시아에 파견돼 23년째 거주 중인 사업가"라고 밝힌 교민은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장점을 사랑하고, 또 이분들의 포용성에 늘 감동하고 있습니다. 300달러 들고 와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했으니 이곳은 제2의 고향이고 언젠가 제가 받은 것 아주 일부라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망설였는데 누군가가 '김 부장의 미지급 100만 원'을 트리야나씨 본인 혹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 직접 통화했다. 수화기 너머 그는 "남의 나라 살면서 돈을 떼인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을 뿐 이름도, 성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17일 "원금과 이자로 여겨달라"며 1,450만 루피아(120만 원)를 트리야나씨 계좌로 송금했다. "부디 한국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잊으시고 멋진 동네 가꾸기가 지금처럼 트리야나씨와 주민들의 자랑과 긍지가 되길 소망한다"는 마음도 담았다.
트리야나씨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화답했다. "마을의 활동을 담을 카메라를 사려고 100만 루피아(8만 원)를 모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귀한 선물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장점만 취한 트리야나씨의 긍정과 인도네시아의 삶을 선행으로 갚은 교민의 온정이 더 귀하다. 선한 영향력은 시나브로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