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여성 없는 이사회'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를 단일 성별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해당 기업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아직도 이사회에 여성을 제외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업들은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여성 이사 모시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이사회에 여성 등기임원이 빠진 기업은 78곳(46.7%)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3분기 116개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개정 자본시장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리더스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으로 같은 기간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는 51개에서 90개로 늘었고,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72.9% 늘어난 10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 등기임원은 8.2%(102명)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사내이사는 9명뿐이었고, 나머지 93명은 사외이사였다.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가 사외이사로 채워졌단 얘기다. 사내이사는 그마저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임상민 대상 전무,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등 오너 일가와 넷마블의 피아오얀리 텐센트 부사장, 금호타이어의 장쥔화 더블스타그룹 대표이사 등 외국인으로 채워진 사례가 많았다. 여성 전문 경영인을 사내이사로 둔 곳은 네이버, CJ제일제당, 삼성SDI, 롯데칠성음료까지 4곳이 전부다.
여성 사외이사 중엔 학계 출신이 45.7%(4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료 출신 18.5%(17명), 재계 출신 17.4%(16명) 등의 순이었다.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등 1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두 명 이상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사외이사는 8명으로, 현재까지의 최연소는 카카오 사외이사를 맡은 박새롬(32)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였다.
한편,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기업들 내에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138명(54개 기업)으로, 이때까지 기업들은 여성 인사 영입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기업들은 8월까지 여성 인사를 한 명 이상 이사회에 포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