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던 중소기업 해외 진출, '대기업 매칭'으로 뚫었다

입력
2022.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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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상 Go Global 지원사업 
지난해 약 185억 원 상담 금액 달성


현대자동차와 KIA, 다임러 등 국내외 정상급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한텍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수출 길을 뚫었다. 현지 업체와 매년 5억 원어치의 엔진 부품을 납품하기로 한, 꽤나 굵직한 계약 규모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의 도움이 컸다. 중소기업엔 ‘산 넘어 산’으로 자리했던 수출길이 수월하게 뚫리다 보니, 시제품 개발과 제품 현지화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텍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양산 초기라 수출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향후 해외 수출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협력해 활로를 뚫는 사례가 늘고 있다.

18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여러 중소기업들이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수출길 개척이란 난제를 풀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재단이 진행하는 이 사업 가운데 ‘협력 중소기업 고 글로벌 지원’ 과제를 활용한 사례들이다. 재단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은 있으나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이 해외 네트워크∙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류와 마케팅, 해외거점까지 3개 분야가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해외거점 분야에 속하는 ‘고 글로벌 과제’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주관 아래 진행돼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한텍테크놀로지 시제품도 2018년부터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지원사업 주관기업으로 참여하는 현대트랜시스가 제작을 맡은 경우다. 현대트랜시스는 2020년 6월부터 1년간 중소기업 17곳 가운데 14곳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했고 상담 건수 88건, 상담 금액 1,552만9,000달러(약 185억 원) 달성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지원사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생을 이끈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재단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자사의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수 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운영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주관 기업과 협력 기업이 직접 합을 맞추고, 재단은 전반적인 부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 외에 중장기적으로 투입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해외 바이어 매칭 행사도 일정한 규모의 참가 업체 풀과 오랫동안 비용을 투입해야 돼 중소기업 단독 수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재단이 마중물 역할을 해 줘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용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판로 개척 노하우 전수 등 무형적인 지원도 장점으로 꼽힌다. 2018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진행한 조사에서 중소기업 1,020곳 가운데 33.4%는 해외 진출 애로 요인으로 ‘해외 시장 정보 부족’을 꼽았다. 1위는 바이어 발굴(34.6%), 3위는 자사 글로벌 역량(19.6%)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대기업은 상생 관점에서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통한 이미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질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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