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실시되는 대선까지 18일로 딱 50일. 대선 전망은 여섯 글자로 요약된다.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것은 판세만이 아니다.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지, 그 목표를 위해 대통령 임기 5년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각당 대선후보들은 여태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네거티브 공방과 단문·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경쟁이 선거판을 장악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느낌'으로 차기 대통령을 골라야 할 판이다.
'민심'보다 '우연'이 지배하는 초유의 대선이 현실화하고 있다. 막판까지 혼전이 이어지다 후보 단일화나 말실수 같은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탓이다.
◇과거와 달리 D-50일에도 ‘오리무중 판세’
과거대선 50일 전이면 대체로 결과가 가늠됐다. 2007년과 2012년, 2017년 대선 때를 돌이켜 보면, 선거 50여 일 전 여론조사 1위 후보가 대통령에 올랐다. 예측 가능한 선거였다는 의미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자. 2012년 대선 54일 전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37%로 안철수(25%), 문재인(21%) 민주통합당 후보를 넉넉히 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제 득표율은 51.6%였다. 2017년에도 대선 54일 전 조사에서 지지율 33%로 1위를 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종 득표율 41.1%를 기록, 이변 없이 승리했다.
예외도 있었다. 2002년엔 대선 53일 전 조사에서 3위(18.1%)에 머물렀던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2위 정몽준 무소속 후보(23.6%)와 후보 단일화 드라마를 쓴 끝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3.8%)를 누르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이달 11~13일 조사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37%)와 윤 후보(31%)는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접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17%로, 선거 전망을 한층 어렵게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난 14, 15일 조사에서도 이 후보(36.2%) 윤 후보(41.4%)의 지지율은 오차범위(±3.1%포인트) 내다. 안 후보(9.6%)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한국일보에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이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유례없는 혼전을 보이고 있다"며 "결과 예측이 극히 어렵다"고 말했다.
거대 담론이나 메가 공약이 보이지 않는 것도 깜깜이 선거가 된 중대 요인이다. 유권자들이 선택할 '기준' 자체가 실종된 탓에 민심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이전 대선에선 후보들마다 모든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표 공약이 있었는데, 지금은 선거전을 휘어잡는 이슈가 없다”고 말했다. △2007년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공약과 경제 부흥 △2012년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2017년 문재인 후보 적폐 청산 등 시대정신을 정확히 반영한 어젠다를 제시한 대선후보가 승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부동산 정책이지만,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상호 모방'을 거듭하며 규제 완화로 수렴,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두 후보 모두 논쟁적인 대형 공약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소확행’(이 후보)이나 ‘심쿵 공약’(윤 후보)과 같은 소소한 공약만 연달아 내놓는다. 두 후보가 ‘밈’ 등을 활용해 말초적 경쟁을 벌이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끝내 실종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대신 후보 단일화 여부 같은 정치공학적 변수의 위력이 커지게 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마지막 남은 가장 큰 변수”라며 “단일화가 안 되면 이재명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크고, 단일화가 되면 야권 후보에 유리하다”고 했다.
이준한 교수는 "대선후보와 가족의 추문이 추가로 터지는지, TV토론에서 말실수가 불거지는지 여부도 변수"라며 "결국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누가 실수 없이 마무리하는지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