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들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 기간 입소문을 타기 위한 막바지 민심 잡기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 전국 각지의 응집된 여론이 오는 3월 대선 결과로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심 공략법은 각양각색이지만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주력하는 것은 '약점 보완'이다. 대선 D-50(1월 18일)을 맞아 각 후보들은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 다음 막판 스퍼트를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약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최대 약점은 도덕성이다. 형수 욕설 논란,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 30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4%가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부족하다"고 했다. 여기에 이 후보의 '강성' 이미지까지 더해져 중도·여성을 중심으로 '반(反)이재명 정서'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개인적 약점뿐 아니라 부동산 실정과 내로남불 등에 따른 정권교체론이 과반을 넘는 여론 지형도 부담이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내홍이 지속되는 동안 40% 지지율을 돌파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전한 정권교체 민심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실망한 중도층 다수가 이재명 후보가 아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극복 전략] 인물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정책과 비전을 앞세운 정공법으로 중도를 공략해 지지율 박스권을 탈출하겠다는 게 이 후보 측 구상이다. 이 후보가 신경제 비전 발표(11일)→10대 그룹 최고경영자 만남(12일)→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담(14일) 등 친기업·친시장 행보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도 그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설 연휴 전 예정된 윤 후보와의 TV토론에서 경제와 정책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약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면 과제는 '가족 리스크' 관리다. 지난달 말 불거진 허위이력 논란으로 자숙했던 배우자 김건희씨가 유튜브매체 관계자와 나눈 '70분 통화'가 16일 MBC를 통해 공개되며 또다시 악재로 떠올랐다. 당내에선 통화 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다수지만, 미투 폄하나 도사 언급, 비선실세를 연상케 하는 발언 등의 휘발성은 여전하다. 윤 후보가 17일 유감을 표했지만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점은 언제든지 국민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반(反)문재인'의 선봉에 섰지만, 자신만의 정책이나 비전이 없어 반사체에 머물고 있다. 김씨의 허위이력 등으로 '공정의 아이콘'이란 상징자본마저 거의 소진된 상태다. 최근 이남자(20대 남성)를 겨냥한 단문 메시지와 여가부 폐지 공약 등으로 지지율을 만회했음에도, 중도 확장을 위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극복 전략] 윤 후보 측은 가족 리스크에 맞서 김씨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선대본 관계자는 "김씨와 언론이 접촉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전과 정책 제시로 발광체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으로 '홍보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금껏 청년 공략 외에 부동산·교통 등 체감형 정책을 다수 발표했음에도 국민들이 이를 잘 모르는 이유를 '홍보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59초짜리 쇼츠(shorts) 영상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책을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약점] 지지율 15% 돌파에 이어 20%를 넘보고 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도 고민이 있다. 안 후보가 설 연휴까지 안정적으로 지지율 15% 이상을 유지한다면 중도와 보수층에 '대안 후보'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내홍을 극적으로 수습한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세와 겹치면서 다소 주춤한 여론조사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14, 15일 실시)에선 전주 대비 5.5%포인트 하락해 한 자릿수(9.6%) 지지율로 회귀했다. 안 후보 지지층의 결집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1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층에선 "계속 지지할 것"이란 응답이 70~80%인 데 반해 안 후보 지지층에선 43%에 불과했다.
[극복 전략] 안 후보 측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하락은 거대 양당 후보발 자극적인 도덕성 이슈 때문으로 본다. 네거티브로 주목도를 높이기보단 지금처럼 '도덕성을 갖춘 무결점' 이미지를 고수하며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안 후보의 동선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 부산·울산·경남을 시작으로 호남, 대전, 강원을 차례로 방문해 지역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약점] 양당 대결로 굳어지고 있는 대선 구도를 넘어서며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급선무다. 무엇보다 5%를 넘지 못하는 지지율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지난 11~13일 조사까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극복 전략] 일정 중단 후 심기일전한 심 후보는 양당 정치가 외면하는 의제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짰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외면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심 후보는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국민연금의 재정 구조를 밝히고, 현 세대가 일정하게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을 요청할 생각"이라며 공적연금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