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휘발윳값 1700원대 복귀… "한동안 내릴 일 없다"

입력
2022.01.17 20:00
국제 유가 오름세 국내 반영 시작
WTI, 최근 한 달 새 20% 이상 올라

새해부터 국내 기름값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유류세 20% 인하 조치 이후 줄곧 내리막을 탔지만, 가파른 국제 유가 상승세 여파가 국내까지 미치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600원대로 내려앉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1,700원대에 다시 진입한 가운데, 업계에선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 만큼 한동안 상향 곡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L당 1,7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12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적용으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지난달 18일 1,600원대(1,697원)로 내려간 뒤 지난 8일엔 1,687원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다시 고개를 들어 이날 1,700원대로 복귀했다. 전국 평균 휘발윳값도 지난 7일 저점(1,621원) 이후 꾸준히 올라 1,629원을 기록 중이다.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선행 지표인 국제유가 인상분이 반영된 결과다. 통상 국제유가 흐름이 2~3주 뒤 국내 주유소에 반영되는 터라, 최근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석유공사는 최근 낸 유가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 기조, 리비아 석유 수출 차질 등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및 경유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L당 약 37원씩 올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0일 배럴당 68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83.82달러에 마감했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사이 23%가량 폭등한 셈이다. 브렌트유는 86.06달러까지 오르며 90달러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두바이유도 배럴당 83.75달러로 마감했다. 국내 기름값이 일단 설 명절 직후까진 오를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선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해외경제 동향’에서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 제약이 심화될 경우 유가가 올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연간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는 4월 이후 유류세를 이전 수준으로 올리는 과정에서의 진통도 예상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현재까지의 국제유가 추이로 봐선 한동안 국내 기름값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에 따른 부담은 3월 대선 이후 꾸려질 새 정부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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