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Ⅱ(M-SAM2)’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금액만 35억 달러(4조1,600억 원)로 국내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국산 전략무기에 대한 신뢰 제고는 물론, 미개척지인 중동지역 판로를 뚫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두바이엑스포장에서 모함메드 빈 라쉬드 알막툼 UAE 총리와 회담한 뒤 천궁Ⅱ 수출 계약서에 서명했다. 천궁Ⅱ의 해외 수출은 처음으로 요격미사일 선진국인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의 견제를 극복하고 달성한 쾌거다. 한국의 UAE 원전 수출, 한국군 아크부대의 지속적 파병이 수출 성사에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궁Ⅱ는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 요격체계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기도 한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이 제작을 맡았고, 2018년 양산에 들어가 2020년 첫 물량이 군에 인도됐다. 이번 수출 과정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원팀’으로 참여해 미국ㆍ이스라엘 업체들을 제쳤다.
계약은 두 정상의 참관하에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사이드 가판 알 자바리 UAE 국방부 전력방산차관보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최종 성사됐다. 정부 관계자는 “천궁Ⅱ 계약은 양국의 신뢰가 바탕이 된 방산협력의 성과로 무기체계 공동연구개발 등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새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UAE 방문 첫 일정으로 ‘한ㆍ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수소경제 기업인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그린ㆍ블루수소 생산이 뛰어난 UAE와 수소 활용 및 유통 등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양국이 수소경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GS에너지가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공동사업자로 선정돼 연간 20만 톤의 물량을 확보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수소산업 분야의 양국 협력을 가속화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 UAE 측 에티하드 신용보험도 수소산업 프로젝트 관련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MOU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두바이엑스포’ 한국의날 공식 행사에서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일정에는 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