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이 16일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방송됐다. 사적인 영역이냐, 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하냐는 논란이 있었고 국민의힘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끝에 법원 판단을 거쳐 방송이 이뤄졌다. 하지만 보도된 발언 내용은 왜 그렇게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켜야 했나 싶은 수준이다. 대선이 가십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는 14일 가처분신청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를 허용하면서 대선 후보의 배우자는 ‘공적 인물’이며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6일 방송된 내용이 국민이 알아야 할 중대한 공적 사안이라 할 만한지 의문이다. 핵심은 김씨가 공식 직함 없는 선거캠프에 적극 관여하고 언론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를 비판하면 슈퍼챗이 더 나오니 이야기해 보라” “관리해야 할 유튜버 명단을 달라” “캠프 와서 일해라. 잘 하면 1억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조국 수사나 미투에 대한 발언이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나눈 대화로 볼 여지가 있다. 쥴리 의혹에 대한 해명은 김씨와 통화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보도했으면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이 방송되기도 전에 ‘정치 공작’ ‘권언유착2’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았지만 언론이 김씨와의 52차례 통화를 녹음해 보도하는 게 정당하려면 그만큼 중대한 공적 사안이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우자라는 점에서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안 그래도 이번 대선은 후보 가족 논란에 가려 한동안 정책과 비전이 뒷전이었다. 공개된 김씨 발언이 진짜 심각한 흠결인지, 정치 공세에 가까운 의혹인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다시 내실 있는 선거가 되도록 정계와 언론 모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