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맞춤용'이라면서, 북한은 왜 '대남용' 미사일 쐈나

입력
2022.01.17 08:00
KN-23 단거리 미사일 발사 확인
①즉각 대응 탓 "준비 무기 없어"
②"반격하되 '레드라인'은 준수"
③도발→대화... '어게인 2018'?

북한이 14일 올 들어 세 번째 쏘아 올린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확인됐다. 앞서 두 차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과는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자, 열차 플랫폼 방식도 지난해 9월 이미 선보인 것이다. 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서 즉각적 대응 의지를 보여주려 하다 보니 특화된 무기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대남용’ 미사일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평안북도 철도기동 미사일연대의 실전능력 판정을 위한 검열사격훈련이 전날 진행됐다”며 “두 발의 전술유도탄이 동해상의 설정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비행거리 430㎞, 고도 36㎞, 최고속도 마하 6(시속 7,344㎞) 내외 등 해당 미사일의 제원을 단거리로 측정했다.

이날 시험발사는 전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무력시위에 첫 제재 카드를 꺼내자 외무성의 비난 담화 발표 9시간 만에 감행한 전격 도발이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반미 성격을 분명히 하고서도 정작 무력 수단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대남용 단거리미사일을 쐈다는 사실이다. 여러 설이 나오지만 “준비된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 계획된 ‘시간표’에 없는 돌발 군사행동이었던 탓에 당장 쏠 수 있는 미사일이 KN-23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휘하며 ‘최종 시험발사’를 언급했던 터라 당장 등판이 불가능하다. 실제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14일 오전 불의에 화력임무를 접수했다’고 밝혀 예정에 없던 임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불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북한이 일부러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극초음속 미사일만큼이나 미국이 우려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혹은 ICBM을 발사할 경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 화성-15형 발사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50일 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미 대화 모멘텀을 마련했던 4년 전 패턴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미국을 계속 자극해 ‘조건 있는 대화’의 충분조건을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베이징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다,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 대외 변수도 산적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기술적으론 아시아 내 미군기지를 타깃 삼은 측면이 있다. 이번에 평안북도 의주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동해상으로 430㎞를 날아갔는데, 서해로 방향을 틀면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와 비슷한 거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북한의 가장 큰 목표는 이중기준 철폐로, 완성 단계인 KN-23을 발사해 일상적 훈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주일 미군기지 타격도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