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던 주한미군 지휘관의 아내가 46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16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에 따르면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의 세스 그레이브스 사령관의 부인 타라 그레이브스는 최근 평택의 한 카페에서 형제자매와 만났다. 타라는 1975년 생후 6개월의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입양 전 한국 이름은 김은숙이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자란 그는 16세 때 양어머니의 도움으로 친모와 연락이 닿아 한동안 통역본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친모는 입양 이유 등에 대해 타라가 한국어를 배우고 직접 만나기 전까지 말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타라는 2년 만에 편지 교환을 그만뒀다.
그러다 그레이브스 사령관이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 험프리스 기지로 근무지를 옮긴 게 새로운 계기가 됐다.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타라는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입양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가족에게 다시 연락했다”고 말했다. 헬스 트레이너인 타라가 한국을 찾은 건 입양 후 처음이었다.
재회 자리에서 타라는 친부모가 아들 하나를 더 원했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입양을 결심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후 부모가 이혼하면서 나머지 자식들은 아버지 밑에서 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부가 세상을 떠나 고교를 갓 졸업한 장남 김형배씨가 동생들을 돌봤다. 타라를 만난 오빠 김형배씨는 부모를 대신해 용서를 구했다. 김씨는 성조지에 “부모님에게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당시 형제들이 입양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지만 나중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레이브스 사령관은 “아내가 가족이 다시 만난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며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