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州) 유대교 예배당에서 무장 괴한이 성직자 등 4명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용의자가 숨지고 인질들은 무사히 풀려나면서 11시간 동안 이어진 인질극은 마무리됐다.
1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사건은 이날 오전 10시 41분쯤 한 괴한이 안식일을 맞아 예배 중이던 콜리빌시(市) 유대교 예배당에 침입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랍비를 비롯해 4명을 인질로 붙잡았고, 회당 내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현장에 경찰 특수기동대(SWAT)와 연방수사국(FBI) 요원 약 200여 명이 출동했다.
약 7시간의 협상 끝에 오후 5시 인질 한 명이 먼저 풀려났다. 오후 9시 30분쯤에는 나머지 세 명도 구출되면서 11시간에 걸친 인질극은 막을 내렸다. 마이클 밀러 콜리빌 경찰서장은 “남은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회당에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총격이 벌어지면서 용의자가 사살됐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단 이번 사건은 테러 단체의 조직적 범행이 아닌, 개인의 일탈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외신들은 인질범이 ‘레이디 알카에다’로 불리는 파키스탄 출신 엘리트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디키는 2008년 뉴욕 등 테러 계획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아프간에서 붙잡혔다. 이후 2010년 뉴욕 연방지방법원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장교를 포함한 미국인에 대한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86년형을 선고받고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미 당국은 인질범의 신원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사건 현장에 있던 신도들은 괴한이 시디키를 ‘여동생’이라고 부르며 통화를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NBC뉴스는 용의자가 시디키의 남자 형제 모하마드 시디키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텍사스주 미ㆍ이슬람 관계위원회는 모하마드가 이번 사태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시디키 측 변호인 역시 모하마드가 480㎞ 떨어진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미국 내 뿌리 깊은 반(反)유대 정서를 드러낸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대인 공동체를 노린 반유대주의 범죄가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이 상황은 미국 내 유대교 예배당이 지속적인 테러 공격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법 집행기관은 반유대주의가 용의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 주요 대도시 당국은 인질 사태 발생 이후 유대교 예배당과 유대인 관련 시설에 경찰을 배치하고 순찰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반해 수사 당국은 유대인 혐오 의혹에 선을 그었다. 매트 드사르노 FBI 댈러스 현장사무소 특수요원은 “용의자는 한 가지 문제(시디키 석방)에만 집중했다”며 “유대인 공동체와는 특별히 관련 없다”고 말했다.
향후 중동 내 테러 움직임의 예고편이라는 주장마저 나왔다. 미국 워싱턴 소재 중동미디어연구소의 스티븐 스탈린스키 사무총장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권력을 잡은 후 크게 득세하지 않았던 지하드(성전)와 테러단체에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