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1도씩 떨어질 때마다 건강한 사람도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혈관 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에는 더 위험하다.
이동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겨울철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고혈압”이라며 “뇌출혈·뇌경색·심근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겨울철 고혈압 환자가 기억해야 할 건강관리법을 짚어본다.
고혈압은 중요 장기인 심장, 뇌, 콩팥, 눈을 손상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고혈압은 또 동맥을 천천히 딱딱하게 만든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병은 ‘동맥경화’다. 고혈압과 동맥경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하며 혈관 상태를 점점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 질환, 만성신부전, 대동맥 질환, 안저 출혈(망막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한다. 또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 같은 심장병을 일으킨다.
이동재 교수는 “동맥경화는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발생과 관련이 깊다”며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겨울에는 뇌졸중과 심장 질환에 따른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따른 혈압 상승은 활동량이 적은 밤보다 많이 움직이는 낮에 많다. 특히 노인과 마른 체형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혈압 환자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외출할 때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겨야 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 운동을 삼가고 실내 운동으로 대신하면 된다.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하는 것이 혈압 상승을 피하는 방법이다.
음주도 조심해야 한다.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 환자에게 많은 양의 술은 ‘독주’가 될 수 있다”며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하면 수축기(최고) 혈압은 3~4㎜Hg, 확장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심혈관 질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든다”고 했다.
코골이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고혈압 환자가 코를 곤다면 단순히 소음을 일으키는 수면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 중 30%는 10초 이상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피로·두통·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만성적인 산소 부족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줘 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약 치료 효과가 작거나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 고혈압 환자 중 남자 96%, 여자 65%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5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작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동재 교수는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적절한 식사 요법,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이 고혈압의 근본 치료이면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성인병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평소 고혈압이 있다면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약물 치료 전’ 혹은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소로 한 상태에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