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제안한 안전보장안과 관련해 양측에 다음주까지 문서로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답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14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전달한 안전보장안에 포함된 모든 항목에 대해 문서화된 답을 원한다”며 “우리는 끝없이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며 다음주에는 답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방과의 안보 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라지만 구체적인 서면 답변부터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서방은 최근 세 차례 릴레이 협상을 했다. 10일 미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12일에는 나토가,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각각 러시아와 마주 앉았다. 그러나 나토 동진(東進)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전보장안을 두고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빈손으로 헤어졌다.
이미 서방은 최종 협상 결렬 시 강력한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도 미국 앞마당인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력 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경제 분야를 포함해 어떠한 사태 전개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 나토가 안전보장안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러시아 안보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서방 요구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접근”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국 내 병력 이동은 각국 주권 사항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간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온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결정은 핀란드와 스웨덴 국민이 하겠지만, 유럽 안보에 기여하는 중립국의 역할이 약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한 중국과의 협력 관계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음달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를 두고는 “일본이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탓에 방해를 받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