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오는 20일이면 꼬박 2년째가 된다. 2년 새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누적확진자 70만 명을 코앞에 둘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중이다. K방역을 앞세운 한국은 백신에 경구용 치료제까지 들여오며 무기를 갖춰 나갔지만, 바이러스도 나날이 진화해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우세종화가 코앞에 닥쳤다. 전문가들은 5차 대유행을 앞둔 지금 'K방역 2.0'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한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진단 키트를 빨리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로 구성된 3T 전략을 구축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교훈 덕이었는데, 세계가 한국의 검사 역량에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엔 한발씩 대응이 늦었다. 안정성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이는 백신 수급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물량 부족 때문에 75세 이상 고령층의 화이자 1차 접종을 잠시 중단하거나, 1차와 2차 접종간격을 늘렸다 줄였다 반복하기도 했다.
병상 확충 문제도 여전했다. 2020년 12월 3차 대유행 때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 사망자가 불어나면서 병상과 인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이는 지난해 12월 때도 비슷한 상황으로 반복됐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확진자 병상 부족으로 10시간 넘게 거리를 헤맨 일도 있었다.
주요 방역대책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코로나19 유행세와 사회적 충격 속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2020년 6월 3단계로 등장했던 거리두기 체계는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2차 대유행 때 끝내 최고 단계인 3단계를 적용하지 못했다. 사회적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2020년 11월부터는 0.5단계를 넣은 5단계로 세분화한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이 또한 2.5단계를 적용하지 못하고 '2단계+α'라는 변칙안을 내놨다.
반대로 2020년 8월 2차 대유행, 11월 3차 대유행에 이어 지난해 7월 4차 대유행 모두 확산세가 일정 정도 잦아들면서 발생했다. 유행세가 잦아들자 사회적 피해를 줄이겠다는 일념에 방역을 풀었고, 이는 어김없이 대유행으로 이어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미리 세워둔 거리두기 적용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 신뢰가 손상됐다"며 "최근의 방역패스 논란 또한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해 5차 대유행은 이미 예고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다. 설 이후부터 하루 확진자 규모만 해도 1만 명 수준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미크론 변이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방역 또한 'K방역2.0'으로 업그레이드될 시점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정진원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큰 만큼,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는 선별적인 거리두기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할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아주 건강한 젊은이들이 활동하는 합숙훈련장, 기숙 시설 등에서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조금씩 (방역을) 완화하고, 만성질환자나 고령자 등은 거리두기 전략에 포함시켜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중환자나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 효율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이때 당국이 방심하지 말고 국민을 일관적인 자세로 이끌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다고 해도 확진자가 많아지면 중환자 수도 증가하게 되고, 의료시스템 과부하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명확한 방역 메시지를 정하고,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구상해 일관된 자세로 방역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