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윤재명·이석열?... 점점 닮아가는 이재명·윤석열의 정책

입력
2022.0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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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님, 우리 오랜만에 통한 것 같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13일 유튜브 영상 속 대사다. 이 후보가 지난달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하고 그로부터 17일 뒤에 윤 후보가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을 발표한 것을 은근히 '디스'하는 게 영상 내용이다. 이 후보는 ‘전기차 보조금 대상 확대’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공약 또한 '선(先) 이재명→후(後) 윤석열' 수순을 밟았다고 꼬집었다. "따라하기 아니냐"는 분위기를 풍긴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미 정책적으로 수차례 통한 바 있다.

'선 윤석열 → 후 이재명' 사례도 있다. 이 후보는 13일 준공 4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찾아 50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4종 주거지역’(3종 일반주거지역은 300%)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윤 후보가 지난해 내놓은 ‘역세권 첫 집’ 정책과 비슷하다. 윤 후보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올리고, 늘어난 주택 물량의 절반은 기부채납 형태로 받아 싸게 공급하겠다고 제시했다.


대선의 최대 이슈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이 후보와 윤 후보 정책의 싱크로율이 유난히 높다. 두 후보 모두 ‘주택 구입→보유→매각’ 전 과정에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공약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3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히자, 6일 뒤 이 후보 또한 실수요자 중심의 취득세 감면안을 발표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이 후보가 선공을 날렸다. 그는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12일),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19일) 등 문재인 정부의 금기를 깨는 정책을 연이어 선보였다. 윤 후보도 양도세 중과를 2년 유예하고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다만 부동산 세금을 바라보는 두 후보의 철학은 정반대다. 윤 후보는 ‘세금 폭탄’인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 후보는 종부세를 폐지한 뒤 더 강력한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1%(현행 0.17%)까지 높여 투기를 뿌리 뽑자는 입장이다.


"국민소득 5만 달러", "아이 낳으면 月100만 원씩 1년"... 누구 공약일까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경제 정책도 차이가 크지 않다. 이 후보는 ‘세계 5강(G5)’ ‘국민소득 5만 달러’ ‘코스피 5,000' 등 성장에 중심을 둔 ‘5ㆍ5ㆍ5’ 공약을 발표하며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747’ 등 보수 진영의 전유물이었던 성장 담론을 선점한 셈이다.

윤 후보는 ‘작은 정부’ ‘선별 복지’ 등을 강조하며 보수 정체성에 충실한 듯했으나, 최근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 동안 매달 100만 원의 부모 급여를 주는 공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임대료 3분의 1을 정부가 지원하는 공약을 꺼냈다.

이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는 “두 사람 이름을 바꿔도 될 것 같다”며 꼬집기도 했다.

중원 잡아야 승리... 이재명은 '우클릭' 윤석열 '좌클릭'

두 후보의 정책이 수렴하는 건 무엇보다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원을 향해 윤 후보는 ‘좌클릭'을, 이 후보는 ‘우클릭’을 하다 보니 공약이 엇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미국에서도 외교, 임신중지 등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체성이 대립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당 공약이 중도로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와 양극화 심화로 '큰 정부'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닮은꼴 대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작은 정부에 대한 신념이 강한 윤 후보도 복지사회라는 거대한 흐름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