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인상하면서, 2020년 사상 최저수준(연 0.5%)까지 내렸던 금리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놨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더 올리겠다고도 예고했다.
미국 역시 이르면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예상보다 길고 가팔라지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쫓긴 주요국들의 '긴축 전쟁'이 불붙으면서 경기와 물가, 금리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연 1%까지 끌어올린 이후 두 달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충격이 닥치기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은의 잇단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긴축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펼쳤던 대규모 부양책을 하나둘 거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시작에 더해, 연내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예고한 상태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은 저마다 인플레 공포에 쫓기고 있다. 이날 한은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2.5%)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석달 연속 3%대를 찍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거란 우려가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급격한 유동성 축소 움직임은 즉각 금융시장을 짓눌렀다. 미국 나스닥은 올해 들어서만 5% 넘게 하락했고, 한은의 금리 인상에 이날 코스피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1.36%나 하락했다.
일각에선 연쇄적인 금리 인상이 소비에 타격을 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로선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1월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은은 우리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만큼, 연 1.25%의 금리는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 흐름을 감안하면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한 소비 타격에 대해서도 "가계는 부채뿐 아니라 자산도 갖고 있는 흑자 주체"라며 "(이번 금리 인상이) 가계 소비를 크게 제약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취약차주 등에 대해선 "정부 재정이 맡아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공식화한 정부와의 '엇박자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다만 저금리가 떠받쳐온 부동산 시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높다. 대출규제 강화에 금리까지 오르면 매수심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이날 국토교통부도 "금리 인상 사이클 본격화는 주택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5%가 돼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도 추가 인상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당장 올 2분기(4~6월) 추가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 임기만료(3월 말)와 대통령 선거(3월 9일) 일정을 감안할 때 2월 금통위(24일 예정)보다는 4월 이후 인상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일각에선 연내 기준금리가 2%까지 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물가상승 압력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긴축 속도까지 더 빨라지면, 한국도 올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총재가 이날 "금리 인상 파급효과가 6개월~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나타나는 만큼 이제 효과를 파악해볼 때"라고 말해 당분간 숨고르기 기간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