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2022년, 당신의 선택은
(2022년 1월 6일자)
안녕하세요, 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의 첫 허스토리 뉴스레터를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 겁니다. 지난해 마지막 뉴스레터에서 정치, 사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싶다고 했지만, 민망하게도 신년 첫 메일부터 정치를 다루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법과 제도, 관점이 바뀔 정도로 중요한 일이니까요!
오늘 허스토리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정책'을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먼저 분석의 틀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각 캠프에 문의한 결과, 아직 정식 공약집은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하여 기본적으로는 각 캠프의 비공식 자료 등을 주 재료로 삼되, 유권자를 위해 공개되어 있는 공약 설명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 돌봄: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 돌봄국가책임제 공약
- 노동: 일터 내 성차별 해소 위한 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내 고용평등 전담부서 설치 등
- 임신·출산: 여성 청소년 기본생리용품 보편지원 전국화,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 기본법(재생산을 인구정책의 수단이 아닌 인간의 기본 권리로 본다는 내용) 제정 추진, 산부인과 → 여성건강의학과로 변경
- 디지털성범죄: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확대, 컨트롤타워 설치, 디지털 성착취물 선제적 삭제 기술개발 투자
- 젠더 폭력: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폐지, 수사 · 재판 과정 중 피해자 정보보호·보호명령·신변안전조치 확대 및 강화
- 기타: 여성가족부 →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변경 및 기능 조정, 여성 정치 참여 확대 대책 마련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임신·출산: 성년 여성 건강검진 건보 적용, 출산 가정 바우처 제공,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등 신생아 돌봄 서비스 제공, 난임 시술 지원 강화
- 돌봄: 양육지원 국가시스템 (0~2세 가정양육수당 월 30만원으로 인상, 만 5세 대상 전면 무상보육, 초등학교 돌봄교실 의무 설치 등), 육아휴직 기간 확대, 쾌적한 어린이집·유치원 환경 조성(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등), AI 기반 아이돌봄 통합 플랫폼 구축,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전방위 시스템 구축
- 범죄: 성범죄 흉악범 처벌 강화, 권력형 성범죄 근절, 무고죄 처벌 강화
- 양성평등: 여성가족부 → 양성평등가족부(이후 여가부 폐지로 변경), 한부모가족 지원 강화
■ 심상정 정의당 후보
- 젠더 폭력/안전: '비동의 강간죄' 도입,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확고한 지원 체계, 디지털 성폭력 삭제 전담반 인력과 예산 확대, 디지털성범죄물 활용 수익 몰수, 추징, 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완전 폐지, 리얼돌 수입 및 판매 유통 규제
- 돌봄(슈퍼우먼방지법): 육아휴직급여 현실화,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 전국민 육아휴직제, 국가 차원 대체인력지원센터 설립·운영, 국가·사회·기업이 책임지는 육아휴직
- 노동: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하여 임금 격차 해소, 생애주기형 노동시간 선택제 도입으로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 기타: 성평등 군복무를 위한 '군인권감시관' 제도 도입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돌봄: 한국형 전일제 교육시스템 도입(방과후 7시까지 전일제학교 운영 등), 출산·보육 국가책임제
- 안전·범죄: 비동의 강간죄 원칙, 허위 무고죄 강화,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불벌죄' 삭제, 디지털 성착취물 유포 플랫폼 손해배상제 도입, 운영자 강력 처벌 등 플랫폼 책임 강화
어떠신가요? 조금은 갈피를 잡지 못했던 마음에 확신이 생기셨나요. 분량 상 모든 공약을 옮기지 못한 후보도 있고, 공약이 무척 부족해 티끌까지 털어온 후보도 있습니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각 후보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열된 공약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 이슈를 '임신과 출산'에 국한하여 바라보는 후보,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물, 성폭력 무고죄 강화 같은 이른바 2030 남성이 호응하는 정책을 '성평등 공약'이라고 들고 나온 후보 등으로 말이죠.
물론 오늘 소개해 드린 공약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각 캠프 관계자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공약이 많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어요.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을 토대로 차근차근 후보의 성평등 관점을 살펴보되, 얼마나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를 추구하며 발전해 가는지를 함께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공약도 두루 살피면서 말이죠. 허스토리는 3월 선거 전까지 여러분이 현명하게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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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하원 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1989년생,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 출마 전 직업은 웨이트리스와 바텐더. 그런 그는 2018년 뉴욕에서 10선 현역의원을 꺾고 최연소 여성 하원으로 의회에 입성한 뒤, 지난해에는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합니다.
그의 성공 뒤에는 굉장히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개인기와 인기 만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민주사회주의자 모임'이라는 든든하게 조직된 동료들과 함께 그가 어떻게 기성 정치판에서 권력을 획득했는지를 보여줘요. 강인한 신념과 확고한 가치관으로 뭉친 공동체의 승리를 말이죠.
저는 지난해 말 국민의힘에 영입된 뒤 2주 만에 사퇴에 내몰린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씨를 보면서, 여성 정치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역사에 걸쳐 고착화된 기존 가부장 질서는, '페미니스트'라는 상징 자본을 가진 개인이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진리를 그는 정말 몰랐을까요. '여성 청년'으로 대표되는 그를 토사구팽하는 기성 정치권의 태도가 비판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동시에 정녕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세상을 바꿀지에 대한 전략이 무척 중요하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본 뉴스레터는 2022년 1월 6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