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메타버스(Metaverse)'였다. 보다 속도감 있고 포괄적인 메타버스 신사업 추진을 선언하는 마이크로소프트-퀄컴, 현대차-유니티 등 굵직한 제휴협력 발표가 이어졌으며, 현실의 물리세계와 가상의 메타버스를 연계하는 다양한 로봇, AI(인공지능), XR(확장현실), 메타휴먼(가상인간) 서비스도 등장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사명까지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도 올해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2022년은 명실공히 메타버스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행보가 본격화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메타버스가 단순히 게임이나 소셜, 문화행사 등을 위한 체험적 수단을 넘어, 현실세계의 다양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옮아가는 융복합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블록체인상에 별도의 고유값을 매겨 소유권을 확인하는 NFT(대체불가능토큰, Non Fungible Token)가 확산세를 타면서,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자산화 및 수익화가 가능해진 것이 주효했다. 이제 메타버스 내에서도 대체 가능한 통화인 가상화폐와 대체 불가한 가상자산인 NFT를 기반으로, 현실세계와 같이 생산과 소비, 투자와 거래가 가능한 순환 경제시스템인 '메타노믹스(Metanomics)'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거대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기축통화를 만들거나 현실세계의 재화와 연동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메타노믹스 체계를 갖춘 사업자는 주로 광고와 구독료 매출에 의존했던 기존 인터넷 플랫폼과 달리, 메타버스를 활용한 자체 가상화폐 발행이나 자사의 지적재산권(IP)에 대한 NFT 발행 등을 통해 다양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도 메타버스 내에서 머문 시간 및 활동 참여에 대한 보상을 받거나, 개인 창작물을 NFT로 만들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잠시 머물다 가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본인 명의의 소유자산을 가진 일종의 주민으로 볼 수 있으며, 현실세계와 메타버스 중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에 따라 메타버스가 확장된 삶의 영역이자 경제활동의 본거지가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 때문에 국내 기업들 역시 메타노믹스 흐름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NFT를 집중 사업화하고 있으며, 자회사를 통한 제휴협력 확대 및 관련 분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메타버스의 시초를 만든 게임사들 역시 엔터테인먼트와 밀결합한 자체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 및 블록체인 기술 도입과 메타노믹스 역량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2개월여 남은 대선에서도 메타버스와 메타노믹스가 핫이슈다. 메타버스 정부 구축 및 부처 신설 공약부터 세계 최초 대선출마 영상 NFT 발행까지 다들 한목소리로 메타버스 정책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2024년이면 무려 90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향해 잰걸음을 내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시급한 것은 선거 후 공염불이 될지도 모를 미래의 육성책이 아니라 지금 당장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임규제 해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