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간 연장해 시행하기로 했다. 단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4인에서 6인으로 늘리며 소폭 완화한다. 식당·카페 오후 9시 영업제한을 비롯한 이외 조치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22.8%로 뛰는 등 지역사회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정부는 설 연휴까지 최대한 확산을 막고, 이후 상황에 따라 재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설 연휴라는 민족 최대 명절과 오미크론 전파 극대화 위험성이 공존한다"면서 "오미크론 우세화 전환 시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확진자 규모 △위중증 환자 수 △병상 가동률 등 방역지표는 개선되는 추세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델타 변이의 2, 3배가량 높은 오미크론의 확산세와 설 연휴를 고려해 거리두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당국은 지난 9∼13일 22.8%로 분석된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21일쯤에는 50%를 넘어 우세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설 연휴까지 최대한 확산을 늦추고 오미크론에 대비할 힘을 비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사적모임 인원은 전국 4인에서 6인으로 소폭 늘어나고, 식당·카페·유흥시설 등의 운영시간은 그대로 오후 9시 제한이 적용된다. 학원, 영화관 등 3그룹 및 기타 일부 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 누적과 더불어 △영업시간 제한이 인원 제한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 △이번 완화로 2월 말쯤 확진자가 하루에 1만~3만 명(위중증 700~1,700명)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함께 고려됐다.
지금까지처럼 PCR음성확인서가 없는 미접종자는 식당·카페를 혼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다중이용시설 15종에 적용된다.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따라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행사와 집회는 종전처럼 접종완료자로만 구성될 경우 299명까지 가능하고, 300명 이상 행사는 필수인 것만 허용된다. 종교시설은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수용 인원의 30%(최대 299명)까지, 접종완료자로만 구성하면 70%까지 이용할 수 있다.
3주 뒤 방역 여건이 나아지면 거리두기 수준이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이때 △위중증 환자 발생 규모 700명 이하 △중환자 병상 가동률 50% 이하 유지 등을 안정화 기준으로 삼고, 확진자 규모나 입원대기 환자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반대로 오미크론이 본격화할 경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더 강한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한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분과 위원인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위원회에서 영업시간 제한 완화를 요구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고 아쉽다"면서 "명절 대목을 기대한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해 허탈감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대본은 설 연휴를 앞두고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2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한다. 철도 승차권은 창가쪽 좌석만 판매하고, 모든 승차권 예매는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탑승 전 발열 확인은 물론 승·하차객 동선도 분리한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정상 징수되며, 휴게소에서는 29일부터 실내 취식이 금지된다. 연안여객선 승선 인원은 50%로 제한하도록 권고한다.
요양병원·시설은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임종 등 긴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예약을 통한 비대면 면회만 가능하다. 종사자들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선제검사를 하고, 미접종 종사자는 입원자 접촉 업무에서 배제된다. 성묘·봉안시설은 2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제례실을 폐쇄하고 실내 봉안시설과 유가족 휴게실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통시장에서는 특별 방역점검을 실시하고, 백화점과 마트는 비대면 판매를 촉진한다.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박물관, 과학관 등 문화예술 시설도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다.
권 장관은 "고향 방문과 여행 등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귀향에는 3차 접종을 마친 사람만 소규모로 짧게 방문하길 권고한다"며 "고령의 부모님이 3차 접종 전이라면 안전을 위해 귀향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