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모델링 아파트 최초로 일반분양에 나선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 더 플래티넘'이 흥행 홈런을 터뜨리면서 리모델링 아파트 청약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단지는 송파구 역대 최고인 3.3㎡(평)당 5,200만 원이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평균 2,599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히는 리모델링 1호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향후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송파 더 플래티넘은 지난 11일 총 29가구를 모집했습니다. 전용면적 72㎡는 15가구 모집에 4만1,961명이 접수해 2,79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65㎡는 14가구에 3만3,421명이 몰려 2,3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분양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65㎡는 최저 13억3,340만 원에서 14억7,260만 원, 72㎡는 13억7,500만 원에서 14억9,460만 원에 책정됐습니다. 평당 평균 분양가는 5,2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 원)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완판'이 됐습니다. 이 단지는 30가구 미만이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 안 돼 실거주 의무가 없습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서 30가구 이상을 분양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29가구로 '30가구 허들'을 슬쩍 피했기 때문에 청약통장 없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계약 후 분양권 전매도 가능합니다. 아울러 계약금 10%와 중도금 20%(1, 2회차)만 준비하면 잔금 70%는 입주지정일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해 초기 자금 부담도 줄였습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급이 적고 규제가 심한 서울에서 실거주 의무 없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강남권 일반분양 아파트라는 점과 중도금 부담을 최소화한 게 수요자를 끌어모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단순히 집 내부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구조체(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려 가구수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노후한 설비와 마감재를 교체하고 지하 주차장도 더 넓히거나 깊게 팔 수 있습니다. 송파 더 플래티넘의 경우 지하 1층~지상 15층 2개 동 299가구가 지하 3층~지상 16층 399가구로 거듭납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 까다롭습니다. 아파트 재건축은 2018년 3월 안전진단 강화 조치에 따라 기준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어도 A~E급 중 통과 등급인 D와 E를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15년이면 추진할 수 있고 안전진단에서 B급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 중축, C급 이상이면 수평 증축이 가능합니다. 또한 재건축과 달리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없고, 30가구를 넘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도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주택법상 리모델링 시 15% 이내에서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데 서울의 중소형 단지들은 30가구 허들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성지아파트와 아남아파트, 서초구 반포 푸르지오, 동대문구 신답 극동아파트, 광진구 상록타워 등이 29가구 일반분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분담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30가구 미만으로 하는 작전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리모델링 바람은 1기 신도시(고양 일산·성남 분당·부천 중동·안양 평촌·군포 산본)를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느덧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 30년이 넘었고,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커지는 리모델링 수요를 감안해 여야 대선후보 모두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전담 부서를 만들어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