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에 주둔한 미군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평택시와 경기도에 비상이 걸렸다. 여의도 5배 면적의 평택 미군기지는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로, 미군과 그 가족 4만여 명이 거주한다.
13일 평택시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평택 주한미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383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각 기준 평택시민 확진자(163명)보다 2.3배 많은 수치다.
평택시 관계자는 “주한 미군 확진자 수는 6시간 정도 차이가 있지만, 13일 0시 기준 경기도 전체 확진자 1,629명 중 23.5%를 차지한다”며 “경기도 확진자 4명 중 1명이 미군과 그 가족”이라고 말했다.
미군 코로나19 급증 배경엔 성탄절을 전후한 미군 부대 내 파티와 작년 말 본국으로 휴가를 떠났던 장병들의 복귀 여파가 꼽힌다. 미국에선 한국보다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가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 평택 확진자 90%가량은 오미크론 감염자다.
더욱 심각한 건 빠른 확산 속도다. 지난달 26~31일 평택 지역 미군 확진자는 일평균 38명, 총 215명을 기록했지만, 이달 1~9일엔 총 6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평균 확진자 69명을 기록했다. 이후 이달 10일 신규 확진자는 115명을 기록했고, 11일엔 254명으로 급증했다. 12일 확진자는 383명으로 전날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평택시는 비상이 걸렸다. 평택시 관계자는 “주한미군 측에 영외자 외 미군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달리 미군들은 영외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미군 측도 기지 내 확진자 증가에 따라 공중보건 방호태세(HPCON)를 상향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평택보건소장은 “주한 미군의 확진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빨라 심각한 상황”이라며 “초기엔 미군기지 주변 상인들이 감염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평택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한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평택시는 경기도 및 주한미군 측과 방역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한미군 한국노조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군 지침에 따라 필수 요원을 제외한 인원 및 영외자 외에는 대부분 재택근무가 내려진 상태”라며 “평택시 등과 공조해 방역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택 미군부대 인근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평택시 안정리 K-6 부대 인근 팽성상인회 김창배 회장은 “지난주부터 미군들이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도 가급적 미군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고, 감염 우려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